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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마르스 Jul 20. 2021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 황인찬

2021 시필사. 186일 차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 황인찬


  어두운 밤입니다


  형광등은 저녁 동안의 빛을 아직 다 소진하지 못하고 희미한 빛을 뿜습니다 하지만 금세 꺼져버리는군요


  밖에서는 청년들이 떠드는 소리, 지금이 몇시냐고 외치는 소리, 이윽고 모든 것이 조용해집니다


  직전에 멈춰야 해요

  요새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날이 추워져서 얇은 이불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시린 발을 비비다 옆 사람의 따뜻한 발과 닿으면 "자?" 저도 모르게 묻게 되고, 그러면 "응" 대답이 돌아오는 군요


  그러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직 어두운 밤입니다


  야광별이 박혀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끝이 어딘지 알아야 할 텐데


  알 도리는 없습니다

  그래도 직전에


  직전에 멈추지 않으면 안 돼요

  멈추지 않으면


  다 끝나버리니까


  지난여름에는 해변에 흩어져 있는 발자국들을 보며 지난 밤의 즐거웠던 춤과 사랑의 기억 따위를 떠올렸습니다만 지금은 좁은 침대에 누워 어깨를 움츠린 채


  잠들어 있는 옆 사람을 살짝 밀어볼 뿐입니다


  밀리지는 않는군요 이대로 잠들 수는 없겠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침이군요

  창밖에서는 또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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