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어느 샌가 무뎌져
찬란하게 피어내는 순간을,
시들어 말라가는 순간을,
기억해 내지 못 하고야 만다.
수많은 꽃이 피고 진다.
저마다 시련을 겪고
버텨내며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두에게
아주 공평하게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든 꽃이라도
꽃은
영원히 꽃이다.
겉으로 색이 바래졌어도
스스로 꽃이라 말할 수 있다면
태어나길 꽃으로 태어났으니
존재 자체만으로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그래서 슬프지 않다.
이름 모를 꽃이라 해도
꽃은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