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내가 제일 먼저 실천한 일은 SNS를 탈퇴한 것이다. 공유와 소통의 창구로 쓰이던 SNS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탈퇴한 이유는 단 하나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서.
페이스북부터 시작해 인스타그램까지 철새처럼 잘도 옮겨다니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장기간 생활화했던 내가 계정을 비활성화 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일상을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자랑 아닌 자랑하는 느낌도 들었고, 그러한 자랑을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경쟁하듯 업로드한단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상대적 박탈감에 자괴감이 들었던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일상을 일기장처럼 기록하기 위해서 SNS를 활용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그러한 이유로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점차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불가피해지면서 다른이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만 뜨면 보게 되는 사진들, 나도 무언가 해야할 것만 같고, 달라야 할 것 같고, 더 나아져야만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인가 의문이 생겼다. 오히려 SNS를 습관처럼 하다보니 나의 삶에 집중할 수 없었고, 내 인생에서 중점이 되어야 할 나 자신과 가족의 현재, 함께하는 매 순간을 잃어가는 느낌이 커져만 갔다.
대화를 나눠야 할 순간에 핸드폰을 쥐고 급하게 업로드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생길즈음, 나를 저지한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아들이었다. 아이의 실물을 바라보면 될 것을, 누구 좋으라고 사진을 올리는건지, 해쉬태그를 창작해내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아이가 내 팔목을 잡고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을 봐달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때, 머리에 망치 몇 대를 맞은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
아, 이건 아닌데......
당장 나의 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이의 기분과 상태를 살펴야할 내가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건지, 남편의 소소한 질문들에 어물쩡 대답하고 넘어가는 나의 태도에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지, 그 동안 알 리 없었다. 완벽한 사실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다름 아닌 내가 가장 먼저 등한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눈빛을 보며 그걸 깨달았다.
며칠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 기록들이 나에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내가 이름을 남길 위인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 하물며 동네에서 이름 좀 날리는 유명인사도 아닌데, 누가 나에게 별풍선같은 것을 던져줄 리도 없고, 이게 다 무슨 쓸모가 있는거냐고.
사진은 찍어서 메모리카드나 온라인 저장소에 고이 옮겨두거나 인화하면 되는 것이고, 아이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으면 양가 부모님께 보내드리면 되는 것이고, 어차피 고슴도치 눈에만 제 새끼가 예뻐보이듯 다른 이들은 별 관심도 없을텐데, 함께 하는 매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집념이 더욱 강하게 솟구쳐 올랐다.
이제 나는 타인과의 소통이나 정보 공유를 차단했다. 인생은 어차피 개인의 몫이고, 남을 인연은 어떻게든 남게 되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고, 내가 가야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오히려 요즘은 더불어 사는 삶이 그닥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 같다. 타인이 관여하는 삶은 너무 피곤하고, 그들의 잣대로 나의 주관이 짓밟혀지는 것도 진절머리가 난다. 차이를 인정하지 못 하는 사람들의 입에 굳이 오르락 내리락 거릴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고, 내가 그러한 감정에 휘말려서 스스로를 괴로운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것도 질색이다.
어차피 현재를 사는 것인데, 역사는 내가 아니어도 위인들이 알아서 잘 남겨주고 물려줄테니 나는 한낱 미물로서 그저 주어진 인생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