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민 Aug 30. 2017

천고마비의 계절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아니, 아침 저녁으론 춥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다. 10월 태생인 나는 가을과 겨울을 가장 좋아하는데,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으니 매일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무더위에 찌들어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지쳤던 올 여름은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 하필 운동도 여름에 시작했는데, 그간 뻘뻘 땀을 흘리며 운동을 마쳐도 개운함이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찝찝함과 지친 마음이 앞섰을 뿐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 주 사이에 선선한 바람이 긴팔을 입으라며 재촉한다. 아이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놀이터도 땡볕이 아니라서 거의 매일 출석도장 찍듯 가게 된다. 가을은 이토록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여유로워질 수 있도록 좋은 기운을 북돋아준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두 시간이나 운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아이가 워낙 일찍 일어나 어린이집에 가고싶다며 부산을 떨어준 덕분에 열심히, 아주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스쿼트와 런지를 반복하면서 찢어질 듯한 근육통이 몰아쳐와도 그 때 뿐,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는 의욕이 넘쳐났다. 단지 가을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천고마비의 계절이 확실한가보다, 내 식욕이 왕성하다 못해 폭발할 정도가 된 것을 보면.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가 머리 속에서 끝도 없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남편의 등골 빠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그래도 인생에 먹는 즐거움이 반 정도는 되는데 열심히 운동하고 먹으면, 건강도 배가 될 것이라 믿으려한다. 몸이 아프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위암이셨던 아버지를 뵈오며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주말에는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남이 해 주는 음식을 먹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가서 사진을 남겨와야겠다. 가을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운동 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