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그런 건 없어.
뇌가 아찔하고 찌릿해진다던지
온몸에 백만 볼트 전율이 흐른다던지
기대치가 높아져서 현기증이 난다던지
밤을 새도 하늘을 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다던지-
더 이상 내게 그런 설렘 따윈 없어.
어쩌면 그런 느낌들은 사치일지도 몰라.
멋모르고 덤벼들기 좋아했던
십 년 전의 ‘나’라면 가능했을 텐데
이제 그럴만한 에너지는 고갈되어버린 지 오래야.
그저,
오늘도 바람이 부는구나
햇빛이 쨍하구나
비가 내리는구나
땅이 젖어있구나
11 시구나
현실에서의 그저 그런 사실만이 존재할 뿐-
그게 가끔은 좀 슬퍼.
내겐 감정을 소모할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서.
단지
공허해지기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