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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Dec 07. 2016

못 다 핀 꽃들에게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갖길 바라며



적어도 조금은 미안해하길 바랐습니다,

이 아린 추위에도 피어낸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서.


사실 요즘 삶의 의지도, 그 의미도

모든 게 희미해져서

무기력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몇 주 째 두문불출,

제주의 아름다움조차

눈에 담기지 않습니다.


글 또한 써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삐뚤게만 보입니다.

마음의 멍이 커져갑니다.


잠이 든 아이를 끌어 안고 울었습니다,

그래도 내 삶의 이유가 남아 있다면

그건 가족일테니까요.


저처럼 게으르고 불만투성이에

이기적이며 염세적인 사람이라도

부모된 마음은 같습니다.





못 다 핀 꽃들을 위해

죄책감을 가져야만 할 어른들이

부디 평생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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