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죄책감이라도 갖길 바라며
적어도 조금은 미안해하길 바랐습니다,
이 아린 추위에도 피어낸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서.
사실 요즘 삶의 의지도, 그 의미도
모든 게 희미해져서
무기력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몇 주 째 두문불출,
제주의 아름다움조차
눈에 담기지 않습니다.
글 또한 써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삐뚤게만 보입니다.
마음의 멍이 커져갑니다.
잠이 든 아이를 끌어 안고 울었습니다,
그래도 내 삶의 이유가 남아 있다면
그건 가족일테니까요.
저처럼 게으르고 불만투성이에
이기적이며 염세적인 사람이라도
부모된 마음은 같습니다.
못 다 핀 꽃들을 위해
죄책감을 가져야만 할 어른들이
부디 평생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