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이유
이별을 고하는
너와 나,
너무나 덤덤해서
고요하기만 하다.
우린 서로 알았을거야.
질려서도 아니었고
나빠서도 아니었어.
단지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야.
간절하게 원하지 않았을 뿐,
애틋하게 바란 것이 없었을 뿐,
그저 편한 관계였을 뿐,
다른 것은 없었어.
그저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야.
소진해버릴 열정이
애초부터 없었던 거야.
설렘과 끌림은 있었겠지.
새로운 신기함에 잠시 멈칫했던 거겠지.
그 이상은 아니었던거야.
그저 우린 남보다는 조금 가까웠던 사이,
그렇지만 마음을 다 줄 수는 없었던 사이.
왜일까?
왜 우리는 늘 제자리 걸음이었던 걸까?
단지 사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미적지근한 관계를 끝맺음 짓기엔
지난 시간들이 있는데,
추억들이 있는데,
여기저기 새겼던 발자취가 있는데.
그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닌 게 돼?
좋아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거야?
설레는 감정도 사랑이 아닌거야?
그 사랑이란 게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대단해?
...단순해.
'나'이기 전에 '너'인 것-
어떤 상황에서도
'나'보다 '너'인 것-
그게 사랑이야.
그래서 우리가 아닌 너와 나는
이별을 한다 해서
생각보다 아프진 않을 것 같아.
잘가-
좋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