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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May 10. 2017

이별 다짐




헤어지자,

이 한 마디면

있던 일이 없던 게 되고

일상이었던 모든 일들은

과거의 추억으로 남겨지고

시계태엽은 맞물리지 못 한 채

결국 이별의 시간에서

멈춰지고 만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우리의 이별이라니

믿을 수 없다.

믿겨지지 않아서

멍하니 전화기만 바라본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인 걸 아는데,

혹시나 연락이 오면

추억에 묶인 내 발목을 보며

한 걸음에 뛰쳐나갈까봐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렇게 하면

다른 시간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이 되어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밤만 되면 내 앞에 찾아오는

이별의 이유는

복잡하지만 단 몇 개로

마침표가 찍어진다.


내가 아니어도 상관 없다는 것,

내가 먼저일 수 없다는 것,

그 사람에게 나는

어떤 기준에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


없으면 죽을 수도 있을만큼의 존재가

나라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애써

뒤돌아서기 위해

발버둥 친다.


다시 돌아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 상처 뿐인 마음일 것이다.

챗바퀴처럼 반복되는 시간을

다시 걸어갈 순 없다.


내가 그 사람의 오아시스는 아니었다.

어쩌면 숨을 조여오는

사막 속 어딘가였을 지도 모른다.

달라지지 않는 사실에

눈물이 새어 나온다.


부숴질 것 같은 온 몸을 끌어 안고

미친듯이 울어봐도

헤어져야 한다.


추억에 아픈 것이다.

변하지 않는 이유에 아픈 것이다.

점 하나만 찍으면 끝인데

망설이는 내 자신이 싫다.

그래서 매일 다짐만 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별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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