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분, 나비효과
안정된 연봉, 보장된 노후.
'넌 먹고 살 걱정은 없겠다.'
'효자네, 효자'
고등학교때부터 직업군인이라는 진로가 정해졌기에 ,
이걸 때려쳐, 말어? 같은 누구나 한 번쯤 머릿속으로 하는 그런 생각들은 해봤지만,
20대 중반까지 난 내 미래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국가에서 특수한 목적을 갖고 만든 학교였기에, 일반 고등학교와는 많이 달랐던 우리 학교.
기숙사, 식사, 입을 옷이 모두 지원이 됐고, 학생 신분에 한 달에 10만원이 넘는 월급까지 나왔다.
괜찮아. 이 정도면.
비록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부모님은 고등학교때부터 나의 50대까지 관여하셨다.
'학교에서 나오는 월급도 모아야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엄마, 아빠가 10만원씩 보태줄테니
한 달에 30만원씩은 모으자. 그럼 3년동안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이는 거야.'
경제관념은 1도 없었지만, 부모님의 말이 그저 진리인줄 알고 살았던 나는 덜컥 그렇게 적금을 들었다.
또래 동기생들이 주말에 외출을 나가서 자유롭게 돈을 쓰고 돌아다닐 때도 난 기숙사에서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를 했다. 어차피 식당에서는 밥이 나왔으니까. 굳이 나가서 맛있는 거 안 먹어도 되니까.
그리고 그 아낀 돈이 동기들과 나의 미래에 격차를 보여줄거라고 생각했다.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난 월급을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맡겼다.
굳이 신경쓰지 싫었던 거다.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하고 아이러니하다.
1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그걸 다 적금을 하고 용돈 30만원을 부모님께 타 쓰는 성인이란.
주변 동기들이 차를 사고, 무언가를 배우는데 돈을 쓰는 게 바보 같았다.
'쟤들 저래서 돈 어떻게 모으나,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그 때 당시에 내가 내세울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에, 더욱 더 돈을 모으는 내 모습을 합리화시켰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이렇게 7년을 모으면 난 1억을 만들 수 있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고, 무언가를 배우고 학교를 다니는 데 월급을 투자하던 친구들과 대화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 친구들은 뭔가 다른 세상 사람 같았고,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 내 믿음은 점점 흔들려만 갔고, 결국 작은 균열이 생기더니 와장창 깨져버렸다.
우연한 계기로 책을 읽고, 많은 활동들을 하다보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큰 깨달음이 필요한 행위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때 우연히 네이버에서 책쓰기를 검색했을 때, 가장 위에 뜨는 강의가 있었고
주말을 통해 그 강연을 들으러 분당으로 이동했다.
10시간에 걸친 그 강연은 내 혼을 쏙 빼놓았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었고, 작가란 타이틀은 자신의 삶을 180도 변화시킬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거기서 말하는 책쓰기 과정은 7주에 950만원.
보통 50%이상이 출판한다고 했다. 여기를 알게 된 건 행운이라고,
대한민국에서 책쓰기로는 최고라고(이제 살아보니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최고인 곳은 그만큼의 아우라가 있다. 최고는 굳이 최고라고 어필하지 않더라.)나에게 다음주 수요일이면 수강생이 많아서 다른 차수로
넘어가야 할 거라고 말했다.
어떡하지?
지금에 와서 그 때로 다시 돌아가겠냐고 하면 당연히 NO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이 기회를 놓치면 나는 어떤 도전에 있어 항상 망설이겠구나, 정말 하고 싶은 걸 이루지 못하고
나이만 먹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1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해보니 2가지의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엄마를 설득해 적금을 깨고 거기서 나온 1000만원을 책쓰기 강연에 투자하는 방법.
두 번째는 신용대출을 받아 책쓰기 강연에 투자하는 방법.
난 두 번째를 택했고, 안정적인 직장에 대출이력이 없던 나는 생각보다 낮은 금리로 1000만원을 대출받게
됐다.
살면서 처음으로 '빚'을 지게 된 순간이었다.
어, 빚 져도 되는구나.
참 신기했다. 부모님이 그토록 귀가 닳도록 얘기하셨던, '대출은 절대 안 돼.'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던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지켜살았는데,
서류 몇 개에, 싸인 몇 번에 내 통장에 1000만원이 생겼다.
그리고 그 1000만원 중 950만원을 책쓰기 강연하는 곳으로 송금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어기고 몰래 대출을 받은 미안함인지,
아니면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큰 돈을 쓴 책임감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책쓰기 강연 5주만에 책의 원고를 다 작성하고 출판사와 컨택해
계약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그 해 12월,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면 인생이 달라질거라던 그 책쓰기 강연 대표의 말이 맞았다.
내 삶은 책을 내기 전과 낸 후로 나뉘어졌고, 만나는 사람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칭찬보다는 혼과 꾸지람을 주로 들었던 내가, 책을 내고 나서는 칭찬과 존경을 받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존감도 올라갔고, 뭐든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들과 도전을 하며 내 자존감은 점점 단단해져갔고,
확고한 목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
20대에 1억을 모은다는 목표는 사라졌다. 생각해보면 그 목표는 부모님의 목표였지 내 목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라는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대출을 받는 순간.
그 서류 몇장에 싸인 몇 번, 몇 분 걸리지도 않던 시간이 내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렇다. 난 1000만원으로 자존감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