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팝콘만 안 먹었었다면..

강력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질문.

by 권민창

식품안전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공공이익 과학센터(CSPI)에서 일하는 아트 실버맨은

충격적인 결과를 접한다. 사람은 하루 20그램 이하의 포화지방을 섭취하도록 되어있는데

우리가 영화관에서 먹는 팝콘 한 상자에 평균 37그램의 포화지방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팝콘을 튀기는 데 사용되는 코코넛 오일은 팝콘을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운 모양으로 튀겨낼 뿐만 아니라 향긋한 냄새도 풍기게 만들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코코넛 오일은 포화지방으로 똘똘 뭉친 무서운 식재료였다.


우리의 책상 위에, 영화관 팔걸이 옆에 놓여 있는 작은 팝콘 상자에, 누구나 입이 심심할 때면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치는 그 흔한 간식거리에, 거의 이틀분의 포화지방이 함유되어 있었다. 더구나 포화지방 37그램은 가장 작은 미디엄 사이즈 팝콘에서 추출한 수치였다. 그보다 큰 사이즈의 팝콘이라면 훨씬 더 많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을 게 뻔했다. 실버맨의 고민은

‘37그램의 포화지방’이 진정 어떠한 의미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포화지방 37그램이면 몸에 좋은 건가 나쁜 건지,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해로운 건지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포화지방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


실버맨은 계속해서 고민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실버맨은 해결책을 찾아냈다. 1992년 9월 27일, 실버맨이 일하는 CSPI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이 제시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미디엄 사이즈 버터 팝콘에는 베이컨과 달걀을 곁들인 아침식사, 빅맥과 감자튀김으로 이루어진 점심식사 그리고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곁들인 스테이크 저녁식사보다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지방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따로따로가 아니라 이 세 끼니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말입니다!’


그들은 시각적 장치도 준비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아침 점심 저녁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온갖 기름진, 몸에 가장 해로운 콜레스테롤 투성이음식들을 차려놓고, 이보다도 더 많은 포화지방이 작은 팝콘 상자 안에 농축되어 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메시지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CBS,NBC,ABC,CNN이 앞 다투어 이 소식을 뉴스에 내보냈다. <USA 투데이>,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같은 메이저 신문사 주요 섹션의 1면을 차지했고, 헤드라인들 역시 기름진 문구들을 쏟아냈다.

이 메시지는 사람들의 머리에 금새 착 달라붙었다. 팝콘 판매량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로스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형 영화관 체인들이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례에서 여러분은 어떤 점을 발견했는가?

그리고 CSPI와 실버맨은 어떻게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끊임없이 해결책을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포화지방의 위험성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마우라는 질문의 효과를 ‘뇌의 해마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어떤 정보를 기억했다가 언제 다시 꺼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곳이다. 반복된 질문은 해마가 그 정보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자연스레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그런데 만일 이 상황에서 CSPI가 실버맨에게 ‘포화지방의 위험성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포화지방의 위험성을 알아서 표현해. 제대로 해!’라고 고압적으로 명령했다면 어땠을까? 분명히 실버맨은 반발하면서 질문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을 것이다.

질문은 명령보다 훨씬 생산적이어서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심리학자 마우라도 ‘당신의 뇌를 프로그램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는 작은 질문을 하는 테크닉’이다. 라고 결론지으며 ‘질문은 뇌를 자각시켜 기쁘게 만든다. 뇌는 바보 같은 질문이든 기묘한 질문이든, 질문을 받아들여 조용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10년 전,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도전 골든벨’이라는 프로를 보게 됐다. 진행자가 문제를 내고 있었고, 학생들은 답을 적고 있었다. 나도 학생들처럼 진행자의 말을 듣고 문제를 풀었고 운이 좋게 아는 문제가 나와 답을 맞출 수 있었다. 그 다음 문제부터는 틀렸지만, 계속 다음 문제는 뭘까? 문제의 답은 뭘까? 하며 궁금증이 생겨 마지막까지 티비를 끄지 못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소설이나 영화중, 선풍적인 인기를 끌거나 많은 사람을 매료시킨 작품들은 대부분 ‘미스터리’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용의자 X의 헌신’ ‘식스 센스’ ‘유주얼 서스펙트’등 ‘범인이 누굴까? 이 상황에서 작가가,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도대체 왜 이렇게 된거지?’라고 질문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는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궁금증은 모든 나라 모든 시대 인간의 공통점이다.

‘질문’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그 구멍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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