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남자 간호사 성훈이

질문은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by 권민창

2017년 초, 전라도 광주 독서모임 ‘북럽’에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이 날의 강연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담당자님께 보낸 피피티 메일이 열리지 않았고, 내가 들고 온 USB도 먹통이었다. 이 때만 해도 강연을 몇 번 안 해본 초짜였기에 난 정말 당황스러웠고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결국 기억에 의존해 30분 가량 강연을 했다. 그런데 그 때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 중에 유달리 눈이 초롱초롱한 청년이 있었다. 질문을 받고 강연이 끝나자 그 청년은 슬그머니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 권작가님. 식사 안하셨죠? 정말 죄송한데 1시간만 내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밥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광주에서 내가 있던 지역까지는 4시간. 유달리 신경을 많이 쓴 강연이라 그런지 몸이 많이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 청년의 초롱초롱하고 기대에 가득찬 눈빛을 보니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우연은 내 인생에서 정말 의미있는 만남이었다.

이 때 내가 시간을 내지 않았다면, 둘도 없는 소중한 동생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

‘권작가님.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오성훈이라고 합니다.

이제 국시를 치고 간호사가 되는데 그 전에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권작가님의 강연을 듣게 됐습니다.

듣다보니 가슴이 뛰고 심장이 터질 거 같았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권작가님이 행동하라고 하셨죠? 저도 이렇게 용기를 내서 행동을 했습니다.’


들어보니 성훈이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끼도 많은 친구였다. 그리고 대화를 하며 성훈이가 정말 성실하다는 게 느껴졌다. ‘저도 강연을 통해 좋은 분 만나서 좋네요. 이제 광주 오면 연락할 사람이 생겼네요.’

서로 가벼운 농담을 하며 대화를 풀어갔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성훈이는 내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 질문 자체가 결과적으로 성훈이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권작가님은 독서를 하고 독후감을 SNS에 굉장히 깔끔하게 남기시잖아요. 그리고 피드가 되게 깔끔하고 뭔가 정제되어있는 느낌이라 브랜딩이 확실히 잘 되어있는 느낌입니다. 저도 독서와 SNS를 동시에 시작해볼까 하는데, 저도 권작가님처럼 브랜딩을 하고 싶습니다. 혹시 저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강연을 했지만, 난 이 때 성훈이가 했던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질문이라 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대답을 했다.

‘음, 성훈씨가 간호학과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그럼 국시를 치고 간호사가 되시겠네요?’

‘네, 그렇죠.’

‘남자 간호사가 흔한가요?’

‘아니요. 흔하지는 않습니다. 여성이 훨씬 많죠.’

‘그럼 책 읽는 남자 간호사로 이미지를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3개의 피드중에 2개는 책을 소개하고 1개는 책에 있는 명언을 소개하는 겁니다.(*인스타그램이라는 SNS의 특징인데, 3개의 피드가 한 줄로 이어져서, 3개가 통일성을 갖는다면 피드 자체가 굉장히 깔끔해진다.) 그리고, 간호사 인터뷰나 간호관련 컨텐츠도 꾸준히 만들면 좋을 거 같네요. 그렇게 꾸준히 하면 저보다 훨씬 더 성장하실 거 같습니다. 차별성도 있고, 독특하기도 하구요. 나중에는 책도 내고 강연도 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


내 말을 들은 성훈이는 정말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권작가님,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권작가님처럼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싶었는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만 가졌습니다. 하지만, 권작가님을 통해 희망을 보았고, 또 구체적인 대답을 들었으니 저는 하기만 하면 되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만남이 있은 뒤,

성훈이는 READING NURSE(책 읽는 간호사)로 66일동안 33권 읽기 프로젝트를 하며 정말 꾸준히 SNS에 독서관련 글들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의 강연을 찾아다니며, 그들과 사진을 찍고 그들을 통해 배운 점을 꾸준히 남겼다. 그렇게 성훈이가 꾸준히 2~3달 정도 SNS를 하자 처음보다 훨씬 더 사람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고 성훈이의 글을 구독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성훈이.jpg 성훈이가 꾸준히 했던 33권 읽기 프로젝트.


성훈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내 이미지에 맞는 참신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고, 간호사이면서 책을 내고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를 하고, 또 ‘간호사한컷공감툰’을 만들어 전국 모든 간호사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성훈이와는 매번 자주 연락하며 서로의 근황을 묻는데, 최근에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컨텐츠들과,

간호관련 채널들을 활용해서 간호 관련 스타트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한다.


성훈이.jpg

성훈이는 팔로워가 어느덧 만 삼천명, 매번 올리는 자료마다 2만명 이상에게 노출되며 간호쪽에선 인플루언서(영향력이 있는 사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무섭게 성장하는 성훈이를 보며, 나도 참 뿌듯하기도 하고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성훈이는 매번 내게 말한다. ‘그 때 형님이 그 방법을 말씀 안해주셨더라면 저는 이렇게 할 수가 없었을 거에요.’ 그럼 나도 성훈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훈아, 너는 나에게 좋은 질문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몸소 보여준 소중한 동생이야. 니가 좋은 질문을 했기에, 내가 좋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어. 나도 고마워.’


만약 그 때 성훈이가 ‘책을 하루에 몇 권 읽으시나요? 요즘은 무슨 책을 읽으시나요?’ 같은 가벼운 질문을 했다면, 나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훈이의 좋은 질문으로 나도 깊이 생각할 수 있었고 내 나름의 최선의 답을 해줄 수 있었다. 좋은 질문을 던질수록 답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대답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의욕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질문은 능동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질문을 받은 사람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납득해 행동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 좋은 질문으로 스스로 깨달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사람은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은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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