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질문의 효과
대학원 과제로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EBS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10부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중, 0.1%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에게 정말 크게 와 닿았다. 이 방송에서는 전국 석차가 0.1%안에 드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에 대해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데, 두 그룹의 IQ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다만 0.1%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는 확연히 다른 2가지의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는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한다는 것이었다. EBS는 0.1%의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학생들을 각각 5명씩 총 10명을 모아놓고 실험을 한다. 학업 성취도와 기억력의 상관성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단어 25개가 제시되고, 각 단어당 3초씩 75초동안 최대한 많은 단어를 기억해야한다.
먼저, 본인이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의 개수를 예측한다. 그리고 기억나는 단어를 최대한 많이 적는다. 그 결과, 0.1%의 그룹은 예측한 단어의 개수와 실제로 맞춘 단어의 개수가 일치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그룹은 예측한 단어의 개수와 실제로 맞춘 단어의 개수가 많이 차이 났다.
0.1%의 그룹은 약점을 정확히 알고 보완하며, 강점을 더 살리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특별해질 수 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부모님과의 대화였다. 0.1%의 학생들의 부모님들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부모님들의 대화는 정말 많이 달랐다. 0.1% 그룹의 홍태화 학생이 전날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게임을 한다며 화를 낼 수도 있을 법한데 홍태화 학생의 어머님은 이렇게 질문한다. ‘그런 충동을 조절할 수 있게 스스로 계획표 같은 걸 세워 놓으면 조절이 되지 않을까?’ 잘못된 행동을 언급할 뿐 감정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아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얘기해준다. ‘엄마는 이야기하다보니까 부럽네. 그런 무아의 경지 엔돌핀이 생기는 그런 일을 한다는 게 되게 좋은 거 같아. 게임은 할 수 있는데 운동하는 거랑 건강 챙기는 것도 할 수 있겠지?’ 라고 얘기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홍태화 학생은 어머님과의 대화가 ‘즐겁다’라고 얘기했다.
0.1%의 부모님들은 대개 자식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화를 하기보다 그들의 잘못된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문들을 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그룹의 부모님들은 ‘너 숙제 왜 안했어? 또 게임했어? 머리만 텅텅 비어서 뭐 하는거야? 도대체 뭐가 될려고 그래?’ 같은 부정적인 질문들을 쏟아부었고, 자식들은 그 자리에서 짜증을 내거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받아쓰기를 못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왜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못 푸는 거야?’라고 야단을 쳤다고 하자. 아이가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질책’이다. 이런 질문만 받는다면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못 푸는 나는 정말 쓸모 없는 인간이야’라고 생각할 것이고, 이런 생각은 아이의 자기긍정감을 떨어뜨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고
‘받아쓰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받아쓰기는 왜 중요할까?’라는 식으로 긍정적인 질문을 한다면 아이는 지적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서울여대 아동학과의 남은영 교수는 긍정적인 대화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야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유지될 수 있고, 성장 과정 가운데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칭찬이라든가 격려의 말을 들어야 자기 스스로 자존감이나 자기 확신이 들 수 있다고 얘기한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 부모님과의 대화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에 감정적으로 자식에게 다가가기보다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다룬 뒤, 더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버드 심리학과의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교수는 1968년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인 레오노레 야콥슨(Leonore Jacobson)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먼저 전교생의 지능지수를 검사한 후,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무작위로 학생 중 20%를 뽑아 담임 선생님들에게 이 아이들은 특별히 IQ가 높으니 학업 성취 향상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믿게 했다. 8개월 후 다시 지능검사를 해보았더니, 20%에 선발되었던 학생들은 실험 전 IQ와는 상관없이 다른 학생들보다 IQ가 높게 나왔다.
성적이 향상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를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로젠탈 효과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아이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된 선생님은 부지불식간에 아이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게 되고, 아이는 또 이를 날카롭게 읽어낸다. 이것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청소년 때의 경험은 일생으로 이어진다. 주변으로부터 칭찬도 들어보고 적절한 기대를 받아본 아이들은 성인이 되서도 자아 존중감이 높고 자신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있음을 자신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자아 존중감이 낮다. 로젠탈의 실험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분명 IQ가 높다고 언급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질문’은 달랐을 것이다. 그 질문과 기대감의 차이가 실제로 그 학생들의 차이점을 만들어냈다. ‘로젠탈 효과’는 비단 청소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인 우리도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거나 존중해주면 자연히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부정적인 질문이나 강요에 의한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의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스스로의 능력에 의한 강력한 동기유발을 유지시키려면 긍정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사람의 뇌는 질문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부정적인 질문을 하게 되면 뇌는 부정적인 답변을 도출하려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질문을 하면 긍정적인 답변을 도출하려고 한다.
긍정적인 질문이 곧 긍정적인 생각을 유발하고, 긍정적인 인생을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