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보다 질문하기

원만한 관계를 위한 좋은 질문

by 권민창

직장에 내가 참 좋아하는 상사분이 있다. 그 분을 A라고 하겠다. A는 나보다 10년이나 더 빨리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그쯤 되는 상사분들은 대개 어렵거나 권위적인 면이 조금씩은 있는데 A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고 그냥 편한 형 같은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니 A도 좋은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가지신 거 같았다. 급한 작업이 있거나 처리할 문서가 있을 때, ‘민창아, 이거 빨리 안해?’라고 말할 법도 한데,


‘민창아, 이거 있는데 해줄 수 있어?’ 라고 하거나,

‘민창아, 이거 같이 할까?’라고 권유형으로 질문하신다.

사실 비슷한 뜻이긴 하지만 내가 받아들일 때는 느낌이 정말 다르다. 전자의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압박도 받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후자의 질문을 받았을 땐 훨씬 더 편하고, 오히려 더 원활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의 고민거리를 듣는 걸 좋아하지만, 정작 나는 내 고민거리를 상대방에게 얘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A 앞에서는 사소한 일이라도 다 말하는 편이다. 내가 표정이 안 좋거나, 고민이 있어 보이면,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뭔 문제 있어?’라고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슬쩍 다가와서, ‘커피 한 잔 할까?’라고 묻는다.

나가서 내 고민을 얘기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풀리고 고민거리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문맥을 잘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키워드를 던지는 것도 좋은 질문이지만 이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상대를 배려하는 게 느껴지는 질문도 좋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배려심 있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상대방은 ‘아, 나를 정말 생각해주는구나.’라고 느낄 것이고, 상대방에게 쳤던 벽을 허물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상대방에게 굉장히 바라는 게 많았다. 누구를 만나든, 뭔가를 얻으려했고 내가 1을 주면 상대방에게 꼭 1을 받아내려고 했었다. 그러니 자연히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고, ‘계산적이다. 부담스럽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들어도 고쳐지지 않았고, 누군가 나의 결점을 지적한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그런데 우연히 어떤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민창아, 넌 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난 대답했다. ‘이쁘다라는 생각이 들지.’ 그러자 그 친구가 얘기했다. ‘응, 맞아. 꽃을 보고 이쁘다는 생각을 하지. 그런데 꽃이 이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꽃도 너를 보고 이쁘다고 해주길 바래?’ 난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꽃을 보면 그냥 이쁜 거고, 꽃이 나를 이쁘게 보든 말든 별 상관안하지.’ 그러자 그 친구는 내 눈을 보고 말했다. ‘응, 내 생각에는 인간관계도 이 꽃과 비슷한 거 같아. 사람들을 만났을 때, 우리가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고 좋아해준다고 그 사람이 나에게 똑같이 호감을 느끼고 나를 좋아해줄 확률은 극히 낮아.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내가 해준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해주길 바라. 그건 욕심이 아닐까?’ 그 친구의 질문을 듣고 정말 많은 걸 느꼈다. 내 행동을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를 들어서 내가 깨닫게 만들게 해줬고, 그 후로부터 상대방을 만날 때 그런 부분을 많이 조심하게 됐다. 이 친구와는 그 이후로도 굉장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가 고민이 있을 때 망설임 없이 조언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막역해졌다.


질문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 중에 ‘변명하기’라는 게임이 있다.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왜 그랬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물으면 돌아오는 것은 변명이나 상대방의 풀 죽은 표정뿐이다. ‘변명하기’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떻게 질문을 던져야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2명이 1조를 이뤄 질문자와 답변자를 정하고, 변명하기 좋은 상황을 설정한다. 이를테면 ‘9시까지 출근인데 9시 반에 출근했다.’는 상황. 질문자는 답변자에게 ‘왜 늦었어?’라고 묻는다. 답변자는 1분 동안 이유를 자유롭게 설명한다. 보통 ‘차가 막혀서’라고 하거나, 얼굴이 빨개지며 우물쭈물 아무 말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왜’라는 질문을 ‘어떻게’로 바꿔서 다시 묻는다. ‘오늘 좀 늦었네. 어떻게 하면 다음 번에 지각을 안 할 수 있을까?’ 질문이 바뀌면 해결에 도움이 되는 생각과 진심어린 사과를 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게임이 끝나고 각자의 소감을 나눴을 때, 전자의 질문을 받은 답변자는 ‘창피했다. 상황이 너무 가혹했다. 부끄러웠다.’라고 한 반면, 후자의 질문을 받은 답변자는 ‘스스로 잘못한 걸 알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언급안해줘서 고마웠다. 훨씬 더 편안했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억지로 시킬 때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때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그렇기에 강요나 질책, 돌직구 질문들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 원만한 관계에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되짚고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질문들은 상대방과의 원만한 관계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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