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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May 07. 2018

트라우마(2)

폭풍 같던 하루

트라우마(2) 폭풍 같던 하루

하교시간.

‘민창아 개안나?‘


옆 자리에 앉은 녀석.
얼마나 미안했으면 내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한다.

‘뭐 좀 아프긴 한데, 개안타.’

‘내가 오늘 니 좋아하는 떡볶이랑 순대 사주께.’

‘아이다. 고맙다. 담에 사도. 오늘 집에 빨리 갈라고.’

‘그래. 내일 사주께. 민차이 조심히 가라.’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매질을 당했기에, 반팔 티 아래로 나온 팔목부분부터,
반바지 밑에 종아리까지 멍이 들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엄마한테 할 변명을 찾아봤다.

‘아, 어쩌지... 계단에서 굴렀다고 할까.. 싸웠다고 하면 분명 누군지 물을텐데..’

고민하는 도중 어느새 지하철은 내가 내려야 할 곳에 도착했다.

‘그래, 뭐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집 도착.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그냥 아무 말도 안하시고 멍 빼는 연고만 발라주신다.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엄마가 손에 뭘 들고 있다.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식은 땀이 흘렀다.

학교 가기가 싫어진다. 선생님도 싫고 단소도 싫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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