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의 매질
트라우마.(1)
40분의 매질.
마시마로, 메가패스가 유행하던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은 고운 말, 바른 말을 병적으로 좋아하셨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그 날 내가 짙은 녹색의
마시마로 반팔 티를 입고 있었던 사실은 똑똑히 기억난다.
그 날 이후로 다시는 그 티를 입지 않았으니까.
음악 수업시간 옆자리 친구.
‘민창아, 단소 갖고 왔냐?’
‘아니, 큰일났네’
‘크크, 애자냐?’
‘준비물 안 갖고 오면 애자냐? 니가 더 애자다.’
좀 크게 말했나보다.
담임 선생님, ‘누가 방금 애자라고 했어?’
정적.
‘누가 했냐고!’
‘제가 했습니다.’
‘나와.’
뚜벅뚜벅.
‘너 개똥이한테 뭐라 그랬는지 다시 한 번 말해봐.’
‘애자라고 했습니다.’
(친구들 키득키득 웃는 소리)
갑자기 날아오는 단소.
그녀는 당황한 채 뒷걸음치는 나에게, 오른손에 단소를 꽉 쥔 채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순간 싸해지는 교실 분위기)
‘어? 다시 한 번 말해봐? 어?’
누구 하나 말릴 수도 없는 분위기. 초등학생 ‘따위’가 어떻게 감히 선생님을 말릴까.
폭력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아프기도 겁나 아팠지만 무엇보다 너무 부끄럽고 쪽팔렸다. 왜, 초등학교 땐 누구나 한 반에 좋아하는 이성이 있으니까. 맞는 와중에도 그 친구의 표정을 보려 애썼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
수업이 끝난 후 교실 뒤에 있는 방으로 날 불러서 마데카솔 하나 주고 착한 선생 코스프레를 한다. 훈육의 명목이고, 때리는 내가 더 아프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 미안했나보다.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그 시끄러운 10분의 쉬는 시간이 고요하다. 아무도 나에게 다가와서 괜찮은지 물어보지 않았다. 제발 아무나 말 좀 걸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