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창 May 05. 2018

트라우마

40분의 매질

트라우마.(1) 


40분의 매질.

마시마로, 메가패스가 유행하던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은 고운 말, 바른 말을 병적으로 좋아하셨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그 날 내가 짙은 녹색의 

마시마로 반팔 티를 입고 있었던 사실은 똑똑히 기억난다. 

그 날 이후로 다시는 그 티를 입지 않았으니까.


음악 수업시간 옆자리 친구.


‘민창아, 단소 갖고 왔냐?’


‘아니, 큰일났네’


‘크크, 애자냐?’


‘준비물 안 갖고 오면 애자냐? 니가 더 애자다.’


좀 크게 말했나보다.


담임 선생님, ‘누가 방금 애자라고 했어?’


정적.


‘누가 했냐고!’


‘제가 했습니다.’


‘나와.’


뚜벅뚜벅.


‘너 개똥이한테 뭐라 그랬는지 다시 한 번 말해봐.’


‘애자라고 했습니다.’


(친구들 키득키득 웃는 소리)


갑자기 날아오는 단소.


그녀는 당황한 채 뒷걸음치는 나에게, 오른손에 단소를 꽉 쥔 채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순간 싸해지는 교실 분위기)


‘어? 다시 한 번 말해봐? 어?’


누구 하나 말릴 수도 없는 분위기. 초등학생 ‘따위’가 어떻게 감히 선생님을 말릴까.


폭력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아프기도 겁나 아팠지만 무엇보다 너무 부끄럽고 쪽팔렸다. 왜, 초등학교 땐 누구나 한 반에 좋아하는 이성이 있으니까. 맞는 와중에도 그 친구의 표정을 보려 애썼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


수업이 끝난 후 교실 뒤에 있는 방으로 날 불러서 마데카솔 하나 주고 착한 선생 코스프레를 한다. 훈육의 명목이고, 때리는 내가 더 아프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 미안했나보다.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그 시끄러운 10분의 쉬는 시간이 고요하다. 아무도 나에게 다가와서 괜찮은지 물어보지 않았다. 제발 아무나 말 좀 걸어줘.

작가의 이전글 알아두면 마음편한 인생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