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익숙함과 편안함이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소홀해지고 무뎌졌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1~2시간씩 하던 통화가 1~2분으로 줄어들고, 물티슈로 연인의 손을 닦아주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꼭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사랑을 속삭였던 식사자리가, 말 없이 그저 서로의 허기를 채우는 시간이 될 때.
그리고 그 적색 경보를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받아들일 때, 사랑이라는 견고한 성의 외벽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거 같습니다.
'오빠, 일이야 나야?'라는 여자친구의 귀여움 섞인 질투에 '그런 말 하게 해서 미안해. 내가 더 잘할게.'라며 상대방을 꼬옥 안아주던 사랑의 여유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쓸데 없게 그런 걸 왜 물어?'라는 가시 돋친 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됩니다.
그렇게 서서히 이별을 하게 됩니다.
이별하게 되면 며칠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힘들 줄 알았는데요.
'나 헤어졌어. 술 마시자.'
사귈 때는 눈치를 보며 하지 못했던 퇴근 후 친구들과의 술 자리, 연락 신경 안 쓰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기, 혼자 카페 가서 죽치고 핸드폰 게임하기.
너무 편합니다. 그런데 뭔가 공허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갑자기 내가 잘해주지 못한 것들, 따뜻하게 해주지 못했던 순간들, 행복했던 추억의 조각들이 해일이 부두를 덮치듯 밀려옵니다.
왜 소중함은 가까이 있을 때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이프온리라는 영화 보셨나요?
이상형을 물어볼 때 저는 로봇처럼 '사랑 받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이상형이야.'라고 말하는데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이안이라는 남자의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 받는 법도.'라는 대사에 감명을 받아 10년째 우려먹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안과 사만다라는 연인이 나옵니다.
사만다는 매사에 따뜻한 굉장히 사랑스러운 여인입니다. 그리고 이안은 그런 사만다에게 익숙해져, 사만다가 3년을 준비한 콘서트가 언제인지도 기억 못하는 무심한 남자예요.
그런 이안에게 지쳐, 식사자리에서 '난 사랑 받고 싶어.'라는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사만다는 떠나 버립니다.
택시를 타고 떠나는 사만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안. 그 순간 사만다가 타고 있던 택시가 사고가 납니다.
그렇게 사만다는 세상을 떠나고 이안은 미친듯 후회하다 잠이 들죠.
다음 날 거짓말처럼 이안의 앞에 사만다가 나타나는데요,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안은 운명을 바꿔보려고 미친듯 노력해도, 결국 일어날 일들은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아요. 죽음까지도요.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이안은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선물 같은 하루를 누구보다 소중하고 의미 있게 보냅니다.
극중에 이안이 택시를 타는 장면이 있는데요, 저는 이 장면이 이 영화가 주는 가장 소중한 메세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택시기사가 이안에게 이렇게 물어보죠.
'만약 연인을 두 번 다시 못 만나게 된다면 어떡할 건가요? 감당할 수 있겠소?'
이안이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하자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사시오. 계산 없이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별 거 아닌 일로 싸웠다면,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기 전에 먼저 사과하고 손 내밀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섭섭해한다면, 바쁘니까 그렇지라고 퉁명스레 말하기 전에 내가 너무 소홀해지지는 않았나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가장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다 여기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 옆에 계산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음에 감사하며 살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