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스타그램

야.. 몇시냐..?

by 권민창

며칠 전 친구들과 바다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낚시는 처음이라 기대를 좀 많이 했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춥고 고기는 한 마리도 안 잡혀서 죽을 것 같더라고요.
날씨가 우중충해서 해도 안 떴습니다.
황금같은 주말, 자진해서 혹한기 훈련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지만 힘든 시간은 화살을 만드는 시간처럼 느리게 가는 거 같습니다.
같이 온 친구와 5분마다 한 번씩 '으.. 믗스느..(야.. 몇시냐..?)'라고 물어보며 시간체크를 했지만, 시간은 정말 안 가더라고요.
선장실에 들어가면 좀 따뜻하긴 한데 밀폐된 공간 안에서 선장 할아버지가 대놓고 담배를 피셔서 간접흡연이 아니라 직접흡연을 하는 느낌이었고, 밖에 나가면 너무너무 추워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머리 속에 '춥다'라는 생각만 있어서 그런지 다른 걸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10시반쯤 되니 바람이 갑자기 그치고 날이 밝아졌습니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그때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우리처럼 안 좋은 날씨에도 낚시하러 나온 통일호 낚시꾼들도 보이고, 갈매기가 나는 모습, 서해대교의 웅장함도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친구 한 명이 고기를 낚았습니다. 광어도 우럭도 아닌, 망둥어였지만 뭔가를 낚았다는 쾌감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었던 것 같습니다.

낚시가 끝나고 결국 한 마리도 낚지 못했습니다.
기분도 썩 좋진 않았구요.
우울한 표정으로 배에서 내리는 저와 친구들에게 선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낚시가 그래요. 운이 크게 좌우하지. 물이 따뜻하면 300마리도 넘게 잡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마리도 못 잡아. 오늘 못 낚았으니 다음엔 분명 300마리 낚을거야.'

인생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계획대로 1년을 정확하게 살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전 없는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다음날 다이어트 계획도 개인의 의지에 의해 실패하고 달성하지 못하죠.
그렇게 비계획적이고 변수가 많기에 참 재밌는 게 인생인 거 같습니다.
인생의 목표인 고기를 잡으러 갔을 때, 못 잡은 것에 투덜대고 화내기보다, 시선을 돌려 다른 낚시배와 아름다운 서해대교, 갈매기가 나는 모습을 보는 여유를 갖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인생이 풍요롭고 행복해지겠죠.

돌아오는 길,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 다들 뻗어버렸습니다.
5월 바다낚시는 대박이라고,
다음에 또 가자고 하는 친구에게 오늘은 제발 낚시이야기를 하지 마라고 정색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아직 여유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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