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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08. 2018

아버지

Be the reds 티를 입고, 전국이 빨간색으로 물들었던 광란의 그 시절, 한 달에 한 번 아빠와 수돗가로 먹을 물을 기르러 갈 때가 제일 싫었다. 우리 집에서 수돗가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으니.

 바구니에 1L 짜리 물통 4개를 넣고 들고 가면 중간 중간 너무 힘들어서 쉬곤 했고, 그 때마다 손마디에 생긴 빨간 줄을 어루만지며 짜증을 냈다. 우리 집에도 정수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투정을 부렸었는데.

돌이켜보면, 굉장히 아름다운 기억이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그 때 당시는 전형적인 부산 남자였던 아버지. 내가 무거워하면 무심한 척 물통 하나를 아버지의 바구니에 옮겨 담으셨던. 물을 기르는 동안, 평소에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셨고 그 질문을 부담으로 받아들였던 나.

나는 컸고, 아버지는 약해지셨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물통을 내 바구니로 옮겨 담고, 아버지의 근황을 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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