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을 해야하는가?

깊은 사랑에 빠졌을 때 흔히 하는 착각

by 권민창

깊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대방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 자신에 비해 그(그녀)가 너무나도 과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그래픽 디자이너 클로이는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 좌석에 앉게 됩니다.

굳이 5840.82분의 1이라는 확률까지 계산하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낭만적 운명론’에 빠져 사랑을 시작하게 돼요.

하지만 서로를 특별히 생각하며 시작한 이 관계는 결국 서로가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며 끝나게 됩니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사람들은 훨씬 더 마음이 열린다고 해요.

친구들과 함께 간 제주도 여행, 별 생각하지 않고 신청한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옆자리에 앉은 이성이 상당히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을 때,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고향도 같고 같은 직종에 종사할 때, 심지어 엽기떡볶이를 좋아하는 것도 같을 때, 바다를 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진중하고 바른 사람일 때 나에게 이렇게 과분한 사람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가슴 벅찰 만큼 행복하고, 이 사람이 내 운명인 듯 싶고, 이 사람과 함께 할 미래를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 몇 번 만나다보니 생각보다 주사가 심하고 입이 거칠 때, 연인 관계도 아닌데 나를 구속하려하고 힘들게 할 때 ‘아, 별 반 다를 게 없구나.’라고 느끼며 실망하게 되죠.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자신의 저서 ‘사랑이 역사’에서

‘사랑에 빠진 인간은 자신에게는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이게 되고, 타인에게는 너무나 너그럽게 주관적이 된다.’라고 얘기합니다.

나를 사랑에 빠뜨린 사람은 옷차림은 물론이고 걸음걸이나 작은 몸집하나도 그렇게 완벽해보일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내 옷은 촌스럽고 오늘따라 피부는 엉망이고 얼굴은 살이 쪄서 못생겨보입니다. 어디 하나 단점이 아닌 데가 없어요.

말 그래도 콩깍지가 씌이는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장점뿐인 인간도, 단점뿐인 인간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움터오면 상대는 장점뿐인 완벽한 사람처럼, 나는 단점뿐인 초라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완벽한 사람과 ‘낭만적 운명론’에 의거해 사랑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고, 못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 실망감은 배로 크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래서 은하수가 아니라, 현실에 적용되는 사랑은 순간성보다 지속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 같습니다.

단순히 falling in love가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 doing love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낭만적 운명론’에 의거한 사랑은 운명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에 지속으로서의 사랑을 방해합니다.

연애를 하게 되면 권태와 미움, 갈등과 질투라는 부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랑하는 연인과 이 부분을 현명하게 풀어갈 것인지 생각을 해 봐야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달라. 우린 계속 행복할거야.’라는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연애를 시작할 때 그 끝은 훨씬 더 씁쓸한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점이 보인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우울해하기보다는, 그 사랑을 어떻게 지속하고 지혜롭게 해결할 것인지 서로가 대화를 나누고 맞춰갔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해야하는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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