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가올 설렘을 안고
아마도 일주일 중 가장 우울한 날을 꼽으라면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이 될 거 같습니다.
주말 내내 쌓인 여독을 풀기도 전에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급변기에 놓여진 상태, 금요일 저녁부터 내일 출근 전까지 이어지는 시한부 자유가 못내 아쉬워 아까 봤던 인터넷 기사를 읽고,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새로온 카톡은 없나 폰을 뒤적거리다 늦게 잠이 듭니다.
월요일 아침은 더 끔찍합니다. 알람을 세개나 맞춰놔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사경을 헤맵니다.
겨우 일어나 칫솔을 입에 물고 눈꼽을 비비며, 반쯤 눈이 감겨 있는 상태로 거울 속에 부어있는 내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죠.
'어제 좀 일찍 잘 걸..'
저도 일요휴유증을 극복해보려 무던히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주말 간 어디에도 안 가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최소화했습니다.
토요일에는 알람도 꺼놓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일요일에는 잘 하지도 않는 집청소를 끝내고 책을 보다 9시에 잠들기도 했습니다.ㅐ
하지만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이 되면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잘 안 오는 주말인데 여행이나 다녀올 걸.'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쓸 걸.'
친한 지인들에게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공감을 하고 있을 때, 친한 형이 제게 이렇게 얘기했던 거 같습니다.
'일요일하고 월요일의 입장이 되어봐라. 얼마나 슬프겠냐. 아무 것도 안했는데 사람들이 매번 싫어하고 끔찍해하면.'
그 말을 듣고 참 공감이 갔습니다. 저는 매번 주말 저녁을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존재로 여겼던 거 같아요. 그래서 주말 저녁이 오는 게 항상 달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주말이 행복한 이유는 끝이 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일요일 저녁이 가는 게 못내 아쉬워 핸드폰을 만지고,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며 5일 뒤면 다시 다가올 이틀의 여휴를 알차게 보내자고 다짐하고 계획하며 한 주를 살아가죠.
그렇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자 일요일 저녁이 덜 미워졌습니다.
5일 뒤에 있을 다음 주말에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매주 찾아오는 감사한 하루.
누군가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누군가는 차를 타고 출근을 하며, 누군가는 휴가를 내고 늦잠을 자고 있고, 누군가는 지금 일어나 헐레벌떡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월요일. 이번 한 주도 다시 다가올 주말의 설렘을 안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