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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an 21. 2020

인생이라는 카트에 행복이라는 물건 담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말자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 전에 장을 보려고 근처 큰 매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재밌고 신나는 저녁을 위해, 고기도 사고 술도 사고, 씹을 수 있는 안주거리와 음료수를 가득 담았습니다. 친구들은 그거로도 부족했는지 이리 저리 카트를 밀고 다니며 다른 코너를 기웃거렸습니다. 그 순간 옆에 있는 카트가 보였습니다. 홍삼음료와 견과류 등 건강식으로 채워져있더군요. 그 때 호기심이 들어 다른 사람들이 밀고 있는 카트는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제각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카트에는 가구가 들어있었고, 누군가의 카트에는 과일이 잔뜩 들어있었고, 또 누군가의 카트에는 아기가 타고 있었습니다.     

카트에 홍삼과 견과류가 가득 들어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건강을 신경 쓴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고, 인스턴트 식품으로 가득 들어있는 사람을 보면 건강 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듯이, 가치관이라는 카트 안에도 누군가가 무얼 채우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경험이라는 물건을 쇼핑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사고 싶은 경험이라는 물건을 가치관이라는 카트 안에 집어넣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카트를 보고 그 사람이 구매한 물건에 흥미를 가져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물건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경험 카트의 내용물은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 삶의 중요한 결과들을 예측하게 하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서울 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행복을 연구한 <굿라이프>라는 책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카트에 ‘금전적인 이득’이라는 물건만을 담는다고 합니다. 돈이 주는 위로를 찾고, 금전적인 무언가를 구매하고 일시적인 행복을 느낀다고 해요. 반면에 행복한 사람들은 그들의 카트에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집중적으로 쓸어 담는다고 합니다. 좋은 친구와 함께 하는 식사, 긍정적인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 같은 물건들 말이죠. 이 책에서는 술을 술로 풀면 해롭듯이, 힘든 삶을 물질과 돈으로 푸는 것은 우리의 행복에도 해롭다고 얘기합니다.

쾌락에 적응되고 끊임없이 더 높은 수준의 무언가와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죠.

반면에 사회적으로 유대감을 지닌 건강한 관계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의 행복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남들과의 비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인생이란 매장에서 쇼핑하고 계시다면, 여러분의 경험 카트를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물질적인 것만 찾고 있지는 않은지, 따뜻하고 긴밀한 유대감이라는 물건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카트를 보고, 그들이 그들의 카트에 무엇을 담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일 겁니다. 

지금 물질적인 것에 너무 현혹되어,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여러분의 카트가 여러분에게 소중한 행복이라는 물건으로 가득 차기를,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보람차고 만족스런 쇼핑을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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