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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Feb 12. 2020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지 마세요.

급작스런 회식은 더 이상 안 됩니다.

‘민창아, 오늘 뭐하냐?’

저는 직장생활에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급작스런 회식 참여 여부였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중요한 약속을 잡아놨는데, 그 날 퇴근 1시간 전에 갑자기

누군가가 왔다고 회식 참여 여부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말로는 강요가 아니지만, 표정은 ‘다들 스케쥴 있었는데 취소하고 참여하는 거야.

응당 너도 그래야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참여했지만 나중에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일정이 있어 가지 못하겠다고 얘기하면 종종 이런 답변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너 그렇게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제 자신이 무언가를 단단히 잘못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었습니다. 무언가 조직에 피해를 끼치는 거 같고, 나만 생각하는 거 같았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는 못 가더라도 그 날 회식 자리에서 나왔던 돈을 꾸준히 더치페이로 내고 있었고, 제가 급작스런 회식에 불참한다고 해서 회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일정이 있으면 당당하게 안 가겠다고 말을 했어요.

처음에야 어렵지 막상 그렇게 말을 꺼내고 행동하니 하나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기주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나 개인주의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이라는 개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전제되는 개념이에요.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동일시하여 배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체의 화합과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서 무엇인가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입니다. 


프랑스의 심리치료사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저서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에서 이런 사람들을 심리조종자들이라고 얘기합니다. 이들은 사람들을 의심과 두려움, 죄의식이라는 세 가지 심리적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구사합니다. 


그들은 누군가를 부담스런 시선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거북하게 만들고, 무슨 말인지도 모를 말을 크게 지껄여 정신적 혼란을 유도합니다. 어떠한 정당한 요구라도 이를 이기주의라고 평가해버리면 그 요구를 묵살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가치를 묵살함으로써 유지되는 집단이라면 과연 그 집단이 건전하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을 갖기 전에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에 대한 맥락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동일시하여 배척하는 진짜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지, 아니면 상대방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람이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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