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안 좋으신 일 있으신가요?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고기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고, 오랜만에 본 자리라 분위기는 정말 화기애애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삼겹살을 4인분 시키고 양념 갈비를 또 4인분 시킨 뒤, 삼겹살이 더 나은 거 같아서 삼겹살을 추가 주문을 하자 사장님이 '그럴 거면 처음부터 삼겹살을 먹을만큼 시키고 나중에 갈비를 시키지.'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저희에게 불평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삼겹살을 굽는 판과 양념갈비를 굽는 판이 달랐고, 그걸 바꿔주는 게 번거로우셨나봅니다.
당황한 저는 '네?'라고 반문했고, 사장님은 '아니, 삼겹살 먹을만큼 먹고 갈비 시키면 됐잖아.'라고 다시 얘기하셨어요.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진상짓을 한 것도 아니고 식당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죠.
슬슬 짜증이 치밀어오르면서 어떻게 이 아주머니를 말로 골탕먹여주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사과를 받는 건 당연하되, 면박까지 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A라는 형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사장님께 부드럽게 물어보셨어요. '사장님, 혹시 오늘 기분 안 좋으신 일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말이 사장님을 당황시켰던 거 같아요.
갑자기 사장님이 '아니, 기분 안 좋은 거 없는데?' 라고 얘기하시며 허둥지둥 불판을 갈아주시더니 나중엔 서비스라고 이것저것 더 챙겨주시더라고요.
자기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을 받으니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가 됐던 거 같아요.
A라는 형은 제가 4년전 원주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할 때부터 큰 힘이 되었던 형입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부드럽게 사람들을 대했고, 그런 그 형을 좋아하고 따르는 동생들도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그 사장님을 면박 준다고 한들,
제 기분은 나아졌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하며 서로가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흥분해 그런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려했던 저에게 그 형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구체적인 실체를 보여줬던 거 같아요.
무작정 화를 내는 것도, 또 무작정 참는 것도 우리의 감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땐 잠시 멈춰서 상대방의 감정을 돌아보고, 그에 따른 대처를 여유 있게 해보면 어떨까요? 저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들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그런 현명함을 선물해주는 사람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