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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Mar 15. 2020

블로그 보고 맛집에 갔더니..

인연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주도 여행 중, 유명한 관광지에 들러 나오는 길에 배가 고파 네이버 블로그로 주변 맛집을 검색했습니다. 엄청난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 상단에 떴고, 지체 없이 그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있는데 손님이 두 테이블 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이 소란스러웠습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식당으로 보였는데,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분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앞 접시에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묻어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계산대 앞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이웃들과 다음 주 술 약속을 잡으며 식당이 떠나가라 웃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좋았는지, 소주 한 병을 따시더군요. 돈을 내고 밥을 먹으면서도 너무 불편했습니다. 뭔가 빨리 해치우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35년 전통의 식당이라는데 그런 시스템으로 35년을 유지해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다음 날은 고등어조림을 잘한다고 제주도민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는 식당에 방문했습니다. 가격도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식당이 깔끔했습니다. 세 명이서 먹었는데도 고등어조림이 남을 정도로 양도 많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식당주인님이 참 친절하셨습니다. 신경 안 쓰는 듯 보이면서도 손님 식탁에 반찬이 떨어졌다 싶으면 잽싸게 오셔서 ‘혹시 반찬 더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으셨어요. 은연 중에 손님들에게 신경을 쓴다는 게 느껴져서 밥을 먹는 내내 편안했습니다. 저는 사실 미각과 후각이 예민한 편도 아닙니다. 그리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면 어떤 것이든 다 맛있게 먹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들어갈 때면 기본적인 예의와 최소한의 청결은 존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얘기한 식당은 다시는 안 가고 싶은 식당이었습니다. 반대로 나중에 간 식당은 나중에라도 꼭 한 번 더 들리고 싶은 식당이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에티켓과 최소한의 존중이 필요합니다. 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났을 때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은 한 번의 만남이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으로 만나서 악연이 될 수도 있지만, 우연으로 만나서 인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악연이 아니라 인연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인연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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