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주도 여행 중, 유명한 관광지에 들러 나오는 길에 배가 고파 네이버 블로그로 주변 맛집을 검색했습니다. 엄청난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 상단에 떴고, 지체 없이 그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있는데 손님이 두 테이블 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이 소란스러웠습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식당으로 보였는데,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분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앞 접시에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묻어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계산대 앞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이웃들과 다음 주 술 약속을 잡으며 식당이 떠나가라 웃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좋았는지, 소주 한 병을 따시더군요. 돈을 내고 밥을 먹으면서도 너무 불편했습니다. 뭔가 빨리 해치우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35년 전통의 식당이라는데 그런 시스템으로 35년을 유지해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다음 날은 고등어조림을 잘한다고 제주도민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는 식당에 방문했습니다. 가격도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식당이 깔끔했습니다. 세 명이서 먹었는데도 고등어조림이 남을 정도로 양도 많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식당주인님이 참 친절하셨습니다. 신경 안 쓰는 듯 보이면서도 손님 식탁에 반찬이 떨어졌다 싶으면 잽싸게 오셔서 ‘혹시 반찬 더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으셨어요. 은연 중에 손님들에게 신경을 쓴다는 게 느껴져서 밥을 먹는 내내 편안했습니다. 저는 사실 미각과 후각이 예민한 편도 아닙니다. 그리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면 어떤 것이든 다 맛있게 먹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들어갈 때면 기본적인 예의와 최소한의 청결은 존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얘기한 식당은 다시는 안 가고 싶은 식당이었습니다. 반대로 나중에 간 식당은 나중에라도 꼭 한 번 더 들리고 싶은 식당이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에티켓과 최소한의 존중이 필요합니다. 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났을 때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은 한 번의 만남이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으로 만나서 악연이 될 수도 있지만, 우연으로 만나서 인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악연이 아니라 인연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인연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