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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Mar 23. 2020

내가 그렇다고 상대방도 그럴거라 미리 단정 짓지 말자.

각자의 기준이 다 다르니까.

예전에 급한 일이 생겨 친한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 때 너무 바빠 친구에게 달랑 ‘일이 있어서 내일 보지 못 할 거 같아. 미안’이라고 메시지를 보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 친구를 만나니 그 때 제가 했던 실수를 얘기해주더군요.


‘민창아, 어쩔 수 없는 일로 약속을 취소할 수도 있지만 너는 그 방식이 좋지 않았던 거 같아.

물론 더 중요한 일이 생기면 그걸 해야겠지. 그런데 상대방의 시간에 대한 배려를 해주고, 통보보다는 제안을 하는 건 어떨까?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민창아, 내가 내일 정말 급한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약속을 미룰 수 있을까? 내 시간만큼 니 시간도 소중하다는 걸 너무 잘 아는데 정말 미안하다. 나도 오랜만에 널 볼 생각에 기분이 참 좋았는데, 이렇게 돼서 너무 아쉽다.. 혹시 니가 괜찮다면, 다음에는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갈게. 다시 한 번 미안하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방도 저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어요. 그럼 어떻게 그 실망을 보상해줄지에 대해서 저도 최선의 배려를 했어야 됐던 겁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화를 내거나 실망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하게 생각할 거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소박실재론’이라고 합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있으므로, 내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경향성을 말합니다. 이 경향성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틀리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절대적 사실로 여깁니다.


하지만 이 친구 덕분에 저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좋은 방법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를 하는 것이라는 방법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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