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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Apr 09. 2020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일

따뜻함으로 빛났던 순간

약속이 있어 집 근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옆에 할아버지로 보이시는 분이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손자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셨어요. 손자는 씩씩하게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었고, 손자의 모습을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한 어떤 차가, 우회전을 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늦게 보행자를 발견하고는 앞에서 급정거를 하더군요. 손을 들고 가던 손자는 깜짝 놀라 굳었고, 할아버지는 당황하셨다 이내 그 차를 노려보더군요. 저도 그 차가 참 괘씸했습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사고가 아이의 일생에 큰 트라우마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그 차에 타고 있던 분이 비상깜빡이를 켜시더니 문을 급하게 열고 나와서 90도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손자에게 ‘아저씨한테 괜찮다고 말씀 드릴래?’라고 하더군요. 아이는 그제서야 활짝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했고 아저씨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차에 타더군요. 차가 막히는 도로가 아니었기에 우회전하는 차들도 많이 없었을 뿐더러, 다들 그 아저씨의 사과를 기다려줄 따뜻한 여유는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 우회전을 빨리 안하고 차에서 내려서 사과를 하냐고 빵빵 거리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뭔가 그 상황이 굉장히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큰 실수를 했지만, 자신의 실수를 100% 인정하고 진심이 담긴 정중한 사과를 하시는 분과 그 진심을 알아보고 사과를 받아준 손자와 할아버지. 그리고 꽤나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기다려준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 따뜻함으로 빛났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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