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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n 03. 2020

사랑보다 중요한 것

무엇보다 본인이 온전히 서야 합니다.

'연애보다 중요한 것’


나는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실제로 노트북은 4번, 노팅힐은 3번, 이프온리는 3번을 봤다. 주인공의 대사까지 외울 정도다. 대부분의 멜로 영화의 공통점은 사랑을 절대적인 0순위로 꼽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지 않았더라도, 낭만적인 주인공들의 서사가 자연스레 그 영화의 주제를 그쪽으로 끌고 간다. 


결론은 거의 비슷하다. ‘누가 뭐래도 사랑이 최고.’ 노트북의 여주인공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심지어 약혼까지 한) 약혼을 파기하고 몇 년 만에 처음 만난, 첫사랑인 남주인공과 연애를 시작한다. 노팅힐은 설정이 더더욱 기괴하다. 당대 최고의 배우인 여주와 동네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남주가 길가에서 부딪혀 여주의 옷에 커피가 튀고, 남주는 그런 여주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며, 다른 옷을 드릴 테니 집으로 가자고 한다. 선택지가 딱히 없던 여주도 남주의 집에 가고. 여기까지는 별 일이 없지만, 그 후로 둘은 계속 우연히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된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결국, 사랑은 사랑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벽들을 능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인데 현실도 그럴까. 


학창 시절 뜨거운 사랑(?)에 빠졌던 친구를 10년 동안 잊지 못해 그 친구와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제주도에 집을 짓고 30대가 되도록 기약 없는 그 친구를 기다리려고, 사랑 한 번 하지 않고 사는 삶. 인적 드문 속초에서 우연히 여행 온 아이린과 부딪혀 그녀의 옷에 커피를 쏟았는데, 우연히 여분의 옷이 있다는 걸 생각해낸 뒤 그녀를 나의 숙소로 초대(?)하고 자연스레 연락을 주고받다 연인이 되는 삶. 아무리 사랑한다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물론 내가 쓰는 글에는 절대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다루지 않는다. 영화 안에 있던 낭만적인 대사 이를테면 ‘잊지 마요. 난 당신 앞에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하다는 걸.’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냐고. 너희 부모님도, 니 약혼자도 아닌 니가 진짜 원하는 거.’ 뭐 이런 대사들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감정선에 대해 자세히 다룰 것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하는 행동이나, 사랑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들 같은.. 지극히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낭만적인 대사들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봤을 때 꽤 잘 맞는 경우들이 있으니.


그러나 나는 정작 글처럼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에서는 배려를 부르짖으며, 정작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편협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적어 내려가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삶에서 사랑을 후순위로 밀어놓고 산다. 나는 결국 사람들에게 잘 읽히는 글을 적기 위해 나의 가치관을 억지로 희석시키고 있지는 않는 건지.


그러다 내린 결론이 있다. 연애는 반드시 두 명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명이기 전에 내가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일까. 바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와, 둘로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가짐 아닐까. 일단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바로 서야 둘이 되어서도 온전히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연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선행되고 나서야 진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집착하게 되고, 상대방을 구속하려 한다. 내가 연인을 위해 포기하고 희생한 것들을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고 손해라고 여기게 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모든 걸 다 퍼주고, 모든 것들을 공유하는 게 아닌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 무엇보다 건강한 사랑을 위해선 본인이 온전히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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