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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20. 2020

날카로운 피드백은 독이 될 때가 많다.

의무와 책임이 없는 경우, 그냥 좋은 말만 해주세요.

강남역 근처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20대로 보이는 남녀 두 명이 앉더군요. 둘은 오래된 친구 같아 보였고, 되게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았습니다. 

여성분이 남성분에게 ‘나 안 본 사이에 살 많이 쪘지?’라고 물었습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0.2초 정도 당황하다가 ‘그런데 그 전에 너 너무 말랐었잖아. 지금 딱 보기 좋아. 건강해보여. 난 항상 니가 좀 더 쪄도 훨씬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라고 얘기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완벽한 대답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봐도 여성분은 건강해보이셨습니다. 그러나 저 질문을 한 의도는 어떻게 보면, 예전보다 많이 찐 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내심 ‘지금이 더 보기 좋다.’라는 대답을 듣길 원했을 거 같아요.


이 남성분의 대답이 탁월했던 이유는 ‘살이 쪘다.’가 아니라 ‘더 건강해 보인다.’라고 대답한 거죠. 단어만 좀 달라졌을 뿐인데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전자는 대개 부정적이고 관리하지 않는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후자는 대개 긍정적이고 보기 좋은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할 때도 상대방의 의도와 기분을 고려하는 게 참 중요한 거 같아요.


답정너라는 얘기가 있죠.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라는 말인데요. 사실 대부분이 답정너를 원합니다. 날카로운 피드백보다는 둥글게 자신을 감싸주는 말들로 보호받고 싶어하죠. 


물론 날카로운 피드백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PT를 해주는 트레이너가 주말 간에 살이 많이 찐 회원에게 ‘보기 좋다’라고 말하면 안 되겠죠. 그 때는 따끔한 충고와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트레이너는 회원을 날씬하게 만들어줄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무와 책임이 없는 경우, 날카로운 피드백은 되려 서로의 관계에 독이 됩니다. 그렇기에 표현을 좀 더 순화시키고 둥글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만났을 때 불편하고 짜증을 주는 사람보단, 편안하고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더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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