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배려에 하루가 행복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어제 저녁이었어요.
운동을 끝내고 강의를 하러 가고 있는데, 우산이 고장났습니다.
하나 사면 되는데, 집에 우산도 있고 강의장소까지 거리도 걸어서 10분 정도라 객기를 부리며 그 비를 다 맞고 걸어갔습니다.
물에 빠진 생쥐꼴로 계속 걸어가는데 뭔가 제 스스로가 한심하더군요.
그냥 우산 하나 샀으면 되는데 괜히 그거 아껴서 감기 걸리는거 아닌가 싶고,
여벌의 옷이 가방에 있었지만 갈아입기 전에 이 꼴로 수강생분들과 마주치면 괜히 창피하기도 할 거 같고..
그렇게 체념하며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근처에 있던 어떤 여성분이 우산을 씌워주시며 말을 거셨어요.
'아이고 어떡해. 우산 없으세요?'
'네, 걷다가 고장이 나서요.'
'아이고. 그렇다고 이렇게 다 맞고 가면 어떡해요. 우산 쓰세요.'
그 분은 우산을 제 쪽으로 넘겨주다시피 하셨습니다. 정작 저를 보호해주고 본인은 비를 다 맞길래,
'너무 감사한데, 같이 쓰고 가요. 저는 이렇게 배려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그 분은 손사레를 치시며, '저는 이미 다 젖어서 괜찮아요. 감기 걸려요~ 얼른 쓰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바래다 드릴게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비는 추적추적 오고 날은 춥고 몸은 으스스한데 마음은 참 따뜻해지더군요.
'저 혹시 저 앞에 그레이프라운지 저기까지만 가도 될까요?'
'그럼요. 그럼요. 아이고. 어떡해요.'
연신 아이고를 연발하시며 우산을 제 쪽으로 밀어주시던 그 분.
저를 안전하게 장소에 바래다주신 뒤, '다음부터는 꼭 우산 쓰고 다니세요. 감기 걸려요.'라고 말씀하시며 가던 길을 가셨어요.
경황이 없어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드려 참 죄송했지만, 기분이 참 좋아졌어요.
최악의 날이 될뻔했는데, 그 분의 따뜻한 배려로 행복한 날이 되었거든요.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우산을 씌워주는 배려, 그리고 자신은 괜찮다며 우산을 저에게 다 양보해주시는 희생에 정말 감동했어요.
소나기는 마음에도 오는 거 같아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갑작스레 생기거나, 원치 않은 일로 친구와 싸울 때, 오래 준비하던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그 소나기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우산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에는 견디기 힘들 수 있어요. 그러다보면 마음이 감기에 걸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피하거나, 혼자 우울해지는 경우죠.
그럴때는 주변에서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그 우산은 힘을 주는 긍정적인 말이나 따뜻한 포옹, 그 사람을 믿어주는 눈빛 같은 것들이 되겠죠.
어제 일을 겪으며,
저도 누군가의 마음에 갑작스레 비가 올 때,
배려나 존중이라는 우산을 씌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경황이 없어 인사를 못 드렸는데 이 글이 전해질 수 있다면 제가 따뜻한 커피 대접하고 싶습니다.
인상착의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 글이 그 분에게 닿았으면 좋겠네요. 당신의 배려에 제 하루가 참 행복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