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서 어쩌죠.
예전에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이 있었어요. 먼저 저에게 다가와 연락처를 주시며 관심을 보이시더군요.
'혹시 언제 시간 되세요?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면 좋을 거 같은데.'
적극적인 그 분의 태도에 저도 그 분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만나서 시너지 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2주 뒤로 약속을 잡았었고, 저도 그 날 스케쥴을 다 빼놨습니다. 그런데 당일 2시간 전에 카톡이 오더군요.
'죄송해서 어쩌죠. 친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오늘 만나지 못할 거 같아요.'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당연히 가서 위로해드리는 게 우선순위라고, 저라도 그랬을 거라고 신경 쓰지 마시고 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때까진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며칠 뒤 또 연락이 왔어요.
저번엔 죄송했다고 다시 약속을 잡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2주 뒤로 약속을 다시 잡고 일정을 비워놨습니다. 전날 카톡으로 한 번 더 내일 시간 괜찮으시냐고 확인을 했고, 그 분도 오케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날 2시간 전에 또 카톡이 오더군요.
'죄송해서 어쩌죠. 회사 야근이 갑작스레 생겨서.. 매번 만날 때마다 이런 일이 생기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뭐 어쩔 수 없죠^^'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희박한 확률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후 그 사람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야근이 끝났으면
이제 끝났다고, 아까 정신이 없어서 카톡을 보고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연락을 주는 게 맞는데 제 카톡을 마지막으로 연락도 하지 않더군요.
그러다보니 이러면 안 되지만, 친구 아버지 문제도 괜스레 그 날 변덕으로 귀찮아서 핑계를 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부득이한 상황이 연달아 일어날 수 있죠. 그러나 그 후 대처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도 약속에 맞춰 시간을 비우고 다른 스케쥴을 미뤘을텐데, 단순히 죄송하다며 통보식으로 연락을 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지 않나 싶습니다.
소소한 기프티콘을 보내며 작게나마 미안함을 전하거나, 상황이 이렇게 돼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진심을 전하는 게 우선인 거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시간만 소중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정말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