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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5. 2018

아빠와 아들

출근길

출근길에 항상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로 보입니다.

아버지는 군인인듯 합니다.
푸근한 체형에 걸음이 약간 느립니다.

아들은 중학생인듯 합니다.
역시 푸근한 체형에 걸음이 느립니다.

아들이 검은색 패딩을 입고 눈꽃 장갑을 끼던,
아버지가 야전상의를 입고 귀마개를 하던
겨울부터였을까요.

반대편 도로에서 제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반대편 도로에서 그들도 항상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서로의 대화는 들리지 않습니다.
몸짓과 표정으로 그들의 관계를 유추해봅니다.

행복해보입니다.
아버지가 웃으면 아들도 웃고, 아들이 아버지의 배를 만지면 아버지도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신호가 바뀝니다. 아들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그 모습을 아버지는 사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아들은 횡단보도 중간즈음에서 아버지에게 손을 흔듭니다. 아버지도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눈에는 아쉬움이,
행동에는 사랑이 묻어납니다.

가까이에서 본 아들은 그새 많이 자랐습니다.
헐렁하던 교복은 덩치에 맞춰졌고,
젖살도 많이 빠져 제법 남자다운 티가 납니다.

아들이 버스를 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아버지가
움직입니다.
터덜터덜 느린 걸음으로 출근을 합니다.

아버지가 퇴근하고, 그리고 학생이 학교를 마치고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참으로 화목한 가족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들은 더 늠름하게 크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볼 겁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겠지요.

작년 겨울, 영하 20도의 코끝 시리던 평일 아침도,
겨울이 가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늘도,
앞으로의 출근길에도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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