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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빵떡 Aug 05. 2024

특별한 평범함_나의 임신, 출산 이야기

두번째. 시험관의 여정, 2차


- 2차, 다시 시작.

한번에 성공하리라고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비임신 판정을 받으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이따금씩 짜증이 나고 기운이 쭉 빠지긴 했지만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해야겠지. 비임신으로 확정되니 바로 다음주에 외래를 잡아줬다.


6월 마지막주. 다시 주사 시작이다. 이번에는 배란촉진주사 중 고날에프를 폴리트롭으로 바꿔주셨다. 며칠 후 또 외래에서 초음파로 잘 자라나 확인하고 또 주사, 며칠 후 또 확인하고 조기배란 억제제도 처방. 그렇게 다시 한번 키워서 7월 초, 난자와 정자를 채취했다. 이번에도 난자가 스무개 넘게 채취되어서 지난번처럼 복수가 찰까봐 약을 처방받았다.



- 채취, 수정, 동결, 그리고 유전자 검사

커플매칭이 끝난 난자와 정자는 열몇개였는데 이번에도 동결까지 간 수정란은 3개뿐이었다. 지난번에도 배아글루를 포함해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모든 처방을 다 받았는데, 이번에는 유전자검사도 추가했다. 1차 때 배아의 등급이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건 유전자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자연의 섭리에 의해 아기가 되지 못하고 자동 탈락되었다는 것 같다.

유전자 검사(PGT-A) 비용이 꽤 비싸긴 하지만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실패의 요소가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번에도 유전자의 문제로 실패한다면 다시 채취부터 시작해야하고, 운좋게 임신했더라도 임신을 유지하다가 유산된다면 그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힘들테니 차라리 돈을 쓰자.

지난번에 이식하고 남은 배아 1개와 이번에 동결한 배아 3개까지 총 4개를 검사했는데, 하나의 배아만이 정상이었다. 나머지 3개 배아중에 2개는 7번, 13번 염색체 모자이시즘이었고 나머지 1개는 결실이 많은 비정상 배아여서 바로 폐기 결정되었다.

염색체 검사 들어가기 전에 배아의 겉보기 등급은 각각 3BB, 3BC, 3BB, 4BC라고 했었는데 역시 배아 등급은 아주 중요한 것 같지 않은게, 4BC가 정상 배아였고 3BB가 모자이시즘이었어서 아마 pgt검사를 안하고 등급만 가지고 이식했다면 정상배아는 다음 순위로 밀렸을거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염색체 번호별로 결실이 있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질병 등이 어느정도 나와있는데, 7번 염색체는 러셀 무슨 증후군, 13번 염색체는 이름도 무시무시한 조현병 가능성에 대해 언급되어있다. 그래서 13번 모자이크 배아인 경우에는 이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두개의 모자이크 배아 모두 결실이 있는 비율이 20%였는데, 19%까지는 정상배아로 본다고 한다. 해서 19%나 20%나 큰 차이 없다고 보고, 우리는 3BB인 7번 모자이시즘 배아와 4BC인 정상 배아를 이식하기로 했다.



- 다시 이식

1차때는 자궁경을 했는데도 내막 두께가 18mm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내막이 얇아서 프로기노바를 계속 먹으면서 두께를 키웠다. 2~3일에 한번씩 난임센터에 가서 초음파로 두께를 확인하고 프로기노바 복용량을 늘려갔다. 15mm가 제일 적당하다는 것 같았는데 나는 11mm까지 키우고 이식 날짜를 잡았다.

회사 동료중에 먼저 시험관 성공한 친구가 있었는데,  혈액순환이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이식전까지 림프순환 마사지를 받았다고 추천해주었다. 나도 집근처에서 마사지를 받고 가려고 알아보았지만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결국 받지는 못했는데, 마사지 대신 도움이 될까해서 요가를 좀 했다. 이식 당일에도 아침에 집에서 가볍게 요가를 하고 갔다.


이식때는 마취를 하지 않고 방광을 렌즈처럼 이용해서 초음파로 위치를 확인하는데, 그래서 이식하기전에 정해진 시간까지 물을 잔뜩 마셔서 방광을 채워놔야한다. 지난번 이식때 시키는 시간에 딱 물을 마셨는데 마신 물이 아직 다 내려가지 않았는지 복부초음파로 너무 보이지가 않아서 이식 대기하는 곳에서 물을 1리터 넘게 마신 것 같다. 이번에는 미리 좀 더 마시고 갔더니 초음파 한번에 통과. 이제 이식만 잘 되면 된다.



- 피검사. 가장 답답한 기다림의 시간

이식을 하고 나면 10일 후로 외래를 잡아준다. 그 날 이식의 결과를 1차로 확인하는 피검사를 하는데, 이 1차 피검까지의 열흘은 시간의 방에 갇힌 것 같이 하루하루가 느리게 간다. 각종 카페, 블로그를 보면서 각자가 느낀 성공과 실패에 이런 증상이 있더라 하는 사례들을 검색해보면서 혹시? 설마?하면서 소위 ‘증상놀이’라는 걸 하며 열흘을 보낸다. 임신테스트기를 해보기에는 멘탈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꾹 참았다. 한 줄이 나오면 당연히 속상할거고, 두 줄이 나와도 그것만으로 확신할 수 있는건 아니니 혹시라도 제대로 검사했을때 실패라고 하면 더 속상할 것 같았다.



- 기분이 널뛴다

1차 피검일을 기다리면서 최대한 마음을 비우기로 하면서 남편과 성수동에 놀러갔다. 날씨가 미치게 더웠는데, 누워있는 것 보다는 움직이는게 도움된다고 굳게 믿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몇시간 놀다보니 기온이 높은 탓인지 어쩐지 몸이 힘들어져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집에서 약간의 피비침이 있었다. 실패인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고 어쩐지 눈물이 났다. 하루에도 그렇게 여러번 기분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왔다갔다 했다.



- 드디어 피검사

1차 피검일인 금요일 아침. 지난번 이식때처럼 처음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병원에 가기전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했다. 두근두근. 두 줄이었다. 1차 이식때도 두 줄이긴 했는데 확인선이 있긴 있지만 너무 흐려서 애매하게 실망을 안고 갔었다. 이번에도 썩 선명하진 않아서 또인가? 하고 마음을 비우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난임센터에서 채혈을 하고 담당 교수님을 만났다. 임신테스트 해봤냐고 물어보셔서 아침에 했던 테스트기 사진을 보여드리고 좀 흐리더라고 했더니 이 정도면 흐린 건 아닌 것 같은데? 하셨다. 그래도 확실해질때까지는 설레발치지 않으리라. 남은 주사약, 먹는약, 질정 등 수량을 확인하고 2차 피검일을 예약했다. 1차 피검 수치가 잘 안나오면 예약은 취소.

아무 기대도 안하기로 마음 먹고 회사로 향했다. 평소처럼 출근해서 두어시간 쯤 지났을까? 기다리는 난임센터 전화가 왔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전화를 받았다. 수치가 966이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난임센터 전화를 끊자마자 남편에게 바로 전화했다. 966이래! 2차 피검은 3일후인 월요일이니까 수치가 세배이상, 그러니까 2700넘게 나오면 돼.

아마 며칠전에 봤던 피비침은 말로만 듣던 착상혈이었나보다. 이번 주말을 조금은 신나게 보내도 되겠구나.


- 2차 피검

계속해서 확인을 해보고 싶던 나는 주말내내 아침마다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다. 확인선이 점점 짙어졌다. 이번엔 진짜구나.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이틀이 지났다.

2차 피검일도 아침 조기 진료로 예약해서 일찍 일어나서 테스트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잘 나올거야 하는 생각만 하면서 채혈. 언제 전화오나 하는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살짝 덮어두고 업무를 하다가 드디어 난임센터 전화. 수치는 3195! 심장이 두근대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남편에게 신나게 전화해서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수치가 굉장했다. 우리는 ‘쌍둥이 아니야?’ 하면서 들뜬 기분을 맘껏 누렸다. 이제 다시 열흘 후에 초음파 검사로 아기집을 보면 대망의 임신확인서가 나온다. 그때까지 또 열심히 기다려보자.



- 아기집, 아기, 아기들!

우리는 마음속 한켠에 살짜쿵 들뜬 마음을 안고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컨디션은 평소와 다름 없었고 임신 초기 증상이라고 하는 약간의 미열 정도만 있었다. 그러다 오전에 아주 약간의 핏빛이 섞인 분비물이 보였다. 걱정이 됐다. 이틀후면 아기집을 보러 난임센터에 가기로 한 날인데.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회사 근처 산부인과를 검색해봤다. 당일이라 예약은 안되고 점심시간에 일단 가서 기다렸다 진료를 보기로 했다.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후루룩 먹고 산부인과로 걸음을 재촉했다. 담당 선생님은 인상이 좋았다. 이러쿵 저러쿵해서 지금 임신호르몬 수치만 확인했고 아기집은 못봤다, 이번주에 난임병원에 외래 잡혀있다,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 했더니 선생님은 인자한 것 같으면서 기대하기도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다.

난임센터에서 수십번 질초음파를 봤지만 이번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진정해. 아닐 수도 있어. 너무 기대하지마 하는 생각으로 검사대에 올랐다. 오른쪽 천장에 매달린 검은 초음파 화면이 울렁울렁거리기를 잠시. 이내 무언가 길쭉하니 둥그런 것이 보였다. 그동안 보았던 포도송이 같은 난포는 아니었다. 아기집이다. 그런데 집이 두개였다. 와. 진짜 쌍둥이인가봐. 그래서 수치가 그렇게 높았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아기집을 보던 선생님이 조그마한 아기의 위치를 하나씩 확인시켜주시면서 둘 중 조금 큰 집을 보여주셨다.

“여기 집에는 아기가 둘 있네요!”

“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면서 황당한 감탄사가 입 밖으로 삐져나왔다. 세쌍둥이라니. 남편이랑 둘이서만 10년을 살았는데 갑자기 다섯 식구가 된다고? 밑도 끝도 없는 기대감이 약간의 걱정을 누르고 커져만 갔다. 선생님은 엽산도 두배로 먹고 영양 잘 챙겨먹으라고 하시면서 원래 임신했을때 커피 하루 한잔은 괜찮지만 세쌍둥이니까 커피도 웬만하면 자제하자고 하시면서 이런저런 주의사항 같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아기집이 찍힌 소중한 초음파 사진을 들고 병원을 나와서 남편한테 전화했다.  통화연결음의 기다림이 더 길게 느껴질만큼 나는 올해 들어 가장 들뜬 상태였고, 같이 점심을 먹고 병원에 함께 가 준 회사 친구도 옆에서 함께 기뻐해주고 있었다. 드디어 전화를 받은 남편.

“큰일났어. 허허허. 셋이래. 크하하”

어제의 숙취로 정신을 못차리고 반차 찬스로 집에 왔던 남편은 잠이 화들짝 깬다면서 한시간쯤 후에 다시 전화를 해왔다.

“너무 신난다. 근데 어떡하지? 투잡 뛸까? 하하핫. 본가에 빨리 전화할까?”

“아니야. 임신확인서 받고, 심장소리 들으면 그때 말하자.”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우린 참기로 했다. 진짜 아기들이 우리에게 왔구나. 정말로 와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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