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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빵떡 Aug 05. 2024

특별한 평범함_나의 임신, 출산 이야기

세번째. 세쌍둥이 임산부가 되다. 

- 염려 가득한 임신확인서

회사 근처 산부인과에서 아기집을 보긴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임신확인서라는 문서를 받지는 않았으니 뭔가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저께 병원에 다녀오고 이튿날 회사에서 1박2일 워크숍이 있었는데 확실하게 임신소식을 전하기엔 아직 너무 초기라, 아직 임신확인서도 받기 전이라고, 애매하게 가능성만 흘리면서 알코올 없는 음료를 마시고 신나게 놀았다. 무거운거 들면 안된다며 앉아서 먹기나 하라고 해주는데 기분이 꽤 들썩거렸다. 임신은 참으로 좋은거네. 

워크숍에서 돌아오면서 바로 난임병원에 갔다.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가장 신나는 마음으로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반전없이 무사한 아기집 두개, 그리고 동그란 난황 세개. 다행이었다. 사실 그저께 갔던 산부인과에서 심장소리를 이미 듣고왔는데 처음인것처럼 또 기뻤다. 드디어 난임병원에서 아기집이 있는 초음파 사진을 받는구나. 감개가 무량했다. 그 동안 난임병원에서 초음파사진 흔들고 다니는 사람들 보고 정말 배려가 없다 생각했던터라 탈의실로 들어가자마자 사진을 가방에 쏙 넣고 나왔다. 나름 자랑은 하고싶어서 초음파실 데스크 선생님한테 눈빛으로만 ‘저 드디어 성공했어요!’하고나서 진료실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즐거운 금요일에 일찍 퇴근해서 시간맞춰 같이 온 남편과 또 다시 두근거리며 내 이름이 진료실 앞 화면에 뜨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 순서. 귀밑까지 찢어지려는 입을 겨우 끌어내리며 진료실에 들어섰는데 음? 교수님 표정에 웃음기가 없다. 뿌듯한 표정으로 함박웃음 지으며 축하해주시겠지 기대했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교수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메모지를 꺼내시더니 ‘단일융모막쌍태아’라는 단어를 적어주셨다. 

아기집이 두개, 아기가 셋인데, 한집에 혼자 있는 아가가 셋중에 가장 작긴 하지만 주수에는 맞는 크기이고 한집에 같이 있는 두 아기들이 단일융모막쌍태아라면서 양막은 두개이고 융모막은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둘이 똑같이 영양, 피를 공급받으면서 비슷하게 크면 좋겠지만 인생이 다 그렇지 않냐, 그게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하시면서 한 융모막을 공유한 아이들은 쌍태아수혈증후군을 포함해서 합병증 위험이 높고 너무 주수가 지난 후에 잘못된다면 다른 아기까지 안좋은 영향을 미칠거다. 그리고 셋을 어떻게 키우냐 하셨다. 결국 이런 경우 보통 한집에 있는 일란성쌍둥이를 선택적으로 유산하는 것을 권고한다는 말을 들었다.

2.9mm, 4.8mm의 아기들을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보며 눈앞이 아득해졌다. 권고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선택적 유산이 거의 정해진 답인것처럼 이야기하셨고, 셋 다 건강하게 나올 확률은 희박하냐는 나의 질문에 교수님은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하셨다. 셋이라고 했다가 갑자기 하나로 하자고 하니 황당하겠지만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다음주 진료예약을 잡은 후 진료실을 나섰다. 남편은 차에 타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셋 다 살리면 되지 하고 말했지만 눈물이 났다. 케이스 검색을 열심히 해봤지만 융모막을 각각 가지고 있는 다태아는 당연하게도 무사히 낳은 경우가 많았지만 나와 같은 경우는 블로그 딱 하나가 나왔고 이미 둘이 유산되었다는 포스팅이었다. 

처음엔 병원에서 성공 사례의 확률을 높이려고 너무 보수적으로 하나만 살리려고 쉽게 아기들을포기하게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정보를 찾다보니 왜 그러는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아 더 속상했다. 다른 병원 진료를 받아봐야하나 급히 알아보는데 이미 금요일 다섯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이었고, 케이스가 케이스니 만큼 일반 산부인과는 가나마나일거고 대학병원은 지금 병원에서 진료의뢰서, 진료기록지를 받아서 가야하니 당장 예약을 할 수도, 의견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심장소리까지 들은 아이들을 우리의 선택으로 떠나보내도 되는가 하는 죄책감과, 내가 힘들더라도 정말 셋을 다 살려낼 수는 없는건가 하는 마음에 너무나 괴로웠다. 똑같은 경우로 만삭까지 유지했다 출산한 포스팅을 하나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찾지 못했다. 아기 셋을 키우느라 힘들어 포스팅할 시간이 없어서 그럴거라고 믿고싶었다. 

저녁내내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 남편은 내가 고혈압도 있으니 고위험중에 고위험이 맞긴 하다며, 유지되어도 매번 검사받고 입원하고 반복할 수도 있다고, 그냥 유지하겠다 의지만 가지고 되는건 아닌 문제인 것 같다면서 걱정했다. 

보건소에서 주는 임산부뱃지 받으면 파티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고있다가 맞은 날벼락은 밤을 더 무겁게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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