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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빵떡 Aug 05. 2024

특별한 평범함_나의 임신, 출산 이야기

여덟번째.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 일반 병실로.

아침 일찍 담당의 선생님이 고위험산모병실로 이동식 초음파 기계를 가지고 왔다. 이런저런 생각에 수시로 눈물이 났는데, 자리로 온 쌤이 왜 또 울고있냐고, 울면 자궁 수축된다고 이제 그만 울라고 달래주었다. 그래. 씩씩해져야지.

다행히 묶인 곳은 별 이상이 없었고 경부도 몇센티는 된다고 했다. 정신 차리고 쌍둥이 엄마로 다시 시작하자.

4명의 산모가 같이 쓰는 고위험산모입원병실은 24시간 수축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집중치료병실이다. 가족분만실에서 이 병실로 옮겨지고 며칠을 지냈는데, 이제 수축도 줄어들었는지 일반 병실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응급실에서부터 내내 꽂고있던 도뇨관도 제거하고 일반 병실 갈 준비를 했다.  베드에 누운채로 가려나 걸어서 가려나 궁금했는데 휠체어가 왔다. 휠체어에 조심히 앉아서 시트를 무릎에 덮고 뱃속의 쌍둥이와 함께 일반 산부인과 병동으로 이동했다.

일반 병실은 1인실, 2인실, 4인실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아기를 낳은 산모는 24시간 모자동실을 한다. 오래 입원해있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병실 커튼 옆으로 아기울음소리가 계속 들릴테니 마음이 너무 견디기 힘들 것 같아 가장 저렴한 4인실 대신 2인실로 배정해달라고 해두었다.

2인실이나 4인실이나 조용하기는 마찬가지고 옆자리 환자랑 직접 이야기를 나누진 않지만, 병상 사이에는 커튼한장 뿐이라 당연히 말하는 목소리는 서로 다 들을 수 밖에 없다. 환자와 보호자가 큰소리로 대화를 하는일은 거의 없지만 매일 아침, 저녁 회진시간, 그리고 간호사샘이 처치하면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다 들리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를 자연히 알게된다. 아무래도 대학병원이라 고위험산모가 대부분일거고 응급한 상황에서 온 환자일테니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고, 다들 며칠간 우리처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부부들이겠구나 싶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는데……. 모르겠다. 아닌 것 같다.

마음은 계속 무겁고, 우리는 계속 비슷한 사례를 찾는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맥수술이 잘 되어 연말이와 정산이도 무사했고 일반 병실로 옮겼다는 건 회복이 잘 되었다는 뜻일테니 이제 조금씩 농담도 하며 우리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임신중에는 사실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냥 무사히 임신만 성공하면 다 끝인 줄 알았지. 인터넷으로 사례를 찾다보니 세상엔 정말 힘겨운 임신, 슬픈 출산이 많았다. 그 유명한 서울대 전종관 교수님이 쓴 책 한권이 임신하고 내가 공부한 내용의 거의 전부인데, 임산부라고 해서 안정한다고 누워만 있지말라는 내용을 읽고나서 출퇴근도 열심히하고 요가원도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어느 경우에나 항상 예외가 있다는 진리를 간과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우리만큼, 우리보다 훨씬 힘겨웠던 엄마, 아빠, 아기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되면서, 참 이기적이지만 위로를 받았다. 이렇게 힘든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그래도 다행인거야. 이런 아기들도 무사히 낳았는데 우리 아기들도 괜찮을거야.

우리와 똑같은 경우는 거의 검색되지 않았었는데, 혹시나 지금 우리같은 사례를 찾다가 나의 이야기를 읽고있는 어떤 엄마, 아빠가 있다면 그때의 나처럼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 양수검사 결과.

양수검사 한지가 2주 거의 다되어갈때쯤, 우린 아직 병원에 있었다. 융모막검사 결과로 봤을때 모자이시즘 배아가 연말이, 정산이가 된 것이니 양수검사 결과는 괜찮기를 계속 바라고 있었다. 입원한지 5일쯤 되었을까? 담당의 쌤이 좋은 소식을 들고왔다. 양수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7번 삼염색체가 아니란다. 하아. 다행이다. 낳을때까지 걱정 안해도 되겠다. 양수검사 하길 잘했다.



- 퇴원.

입원한지 일주일. 드디어 퇴원 결정이 내려졌다. 수축도 없고 경부 상태도 괜찮아서 집에서 안정하는것으로 하고 퇴원을 하기로 했다. 매일 회진 돌때마다 걱정의 눈빛으로 괜찮냐고 물어봐주신 교수님, 담백한 설명에 항상 따뜻한 응원을 담아주었던 담당의 선생님, 환급이를 막 낳고 펑펑 우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던 간호사 선생님, 우느라 눈이 빨개진 나를 보고 여기는 병원이니 언제든 마음이 힘들면 이야기하라고 손 꼭 잡고 이야기해주던 간호사 선생님을 비롯해 모든 순간 순간마다 자꾸만 구멍나려는 마음을 메워준 사람들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37주 지나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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