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묘화로 만나는 토끼와 거북이의 뒷 이야기
어느덧 금요일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소개해 드릴 한 권의 그림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박정섭 작가와 이육남 작가가 콜라보로 작업한
<토선생 거선생>입니다.
집에서 한정거장 떨어진 지하철 역사에
작은 도서관이 새로이 문을 열었기에
아이 킥보드 태워 다녀와 보았습니다.
오픈 기념으로 북스타트 행사를 하더라고요.
선물로 받은 두 권의 그림책 중 한 권입니다.
그림책으로는 보기 드문
먹과 종이의 대비로만 이뤄진 백묘화가 신선해
먼저 손이 가더라고요.
제목과 표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솝 우화인 토끼와 거북이의 뒷 이야기입니다.
워낙 유명하고 재해석된 작품으로유설화 작가님의 <슈퍼 거북>도 있죠.
그럼 함께 읽어보시죠.
토끼가 시건방 떨다 그만 거북이한테 진 이야기는 다들 한번쯤 들어봤지?
그 뒷이야기가 쬐끔 재미지다고 하던데어디 들어볼 텐가?
이야기는 이렇게 화자의 말로 시작합니다.
느린 거선생과의 경주에서 진 토선생.
자존심 빼면 시체인 그는 속이 상해 혼자 술을 마시고 귀가 축 늘어진 채 힘없이 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보게 거어~선생오랜만이구먼. 그동안 잘 지냈는가? 날씨도 좋은데 잠시 차 한잔할 텐가?
불쑥 찾아가 여러가지로 거선생을 꼬이는 토선생.
갖은 선물공세와 말에도 거선생은 미적거릴 뿐인데.
결국 토선생은 거선생의 등딱지를 짊어지고는
어떤가? 이제 공평하지 않은가?히히히. 이제 딴말하기 없기라네.
라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거선생을 남겨두고 훌쩍 뛰어가버립니다.
토선생은 중간에 잠시 잠이 들고 등딱지를 벗어버린 거선생은 추위에 떱니다.
겨우 토선생을 따라잡은 거선생은
등딱지를 돌려달라는데
토선생은 승부는 냉정해야 한다며
모른 척 달아나버리죠.
그러다 토선생은 깊은 구덩이에 떨어져요.
이 둘은 어떻게 될까요?
다 아시죠? 그림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주시고요.
이 작품은 구성이 재미있습니다.
옛날 판소리 같이 중간중간 서술을 하는
화자가 따로 있어요.
표지의 족자 속 토선생과 거선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건 '이야기'인 거지요.
그 화자가 이 '이야기'를 가져와
"어디 한 번 들어볼텐가?"
하고 독자를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두 인물이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러다가 승부에 마음이 뺏긴 토선생이 거선생의 부탁을 거절하고 달아나다 웅덩이에 빠진 뒤 부터는
이야기 속 인물이 불쑥불쑥 화자(작가)와 독자를 불러들입니다.
그렇게 불러들인 화자와 독자가 던져준 실마리를 통해 토선생은 위기를 해결하지요.
그 해결방식은 참으로 통쾌합니다.
화자가 불러들인 이야기 안에서 인물들은 한껏 놀다 다시 화자와 독자를 불러들이고
인물들이 그것을 벗어나는 과정이 독자에게 다시
이 이야기의 결말을 직접 만들어 볼 여지를
주는 것이죠.
늘 주어진 이야기의 틀-세상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많은 관념들-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작품의 작가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익숙한 인물과 이야기, 화자와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의 구성진 말투는
아이들에게도 재밌게 다가올 거예요.
또 까만 먹과 하얀 종이가 어우러진 그림은
이야기의 효과를 더해 주면서
어딘가 모던함까지 풍기기도 해요.
우리 조상들의 옛 풍속화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이미지 사이로
깨알같은 유머를 담은 물건들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토선생 거선생이 초대한 이야기 속에서
마음껏 놀다가
진행되는 전개를 따라가면서
두 인물이 던지는 열린 질문 앞에서
'이야기를 벗어난' 자신만의 대답을
꼭 해 보시기를 바래 봅니다.
아마 그건 삶을 통해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무엇’과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해 보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