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이야기 :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꿈을 꾸어요

by 내이름은빨강


금요일입니다. 정신없이 한 주가 또 지나가네요.

요 며칠 멍하니

겨우 할 일만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짬은 안 나고 자꾸만 미루다 보니

'어차피 지금 못하는데 뭐...?'하고 제쳐두다

아예 텅 비어 없어져 버렸까요?

중년의 삶이란 시스템에 맞추다

자꾸 사라져만 가는 제 취향과 꿈처럼요.


평소라면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을 미리 골라두는데 어제저녁까지도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아무리 익숙해진 것들이라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일상에서는

하고 싶은 일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인가 봐요.


'이번 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쉴까?'

그런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형식적으로 소개를 이어가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지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어요.

자는 틈틈이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이불을 더 많이 걷어차는 아이 배를 덮어주다가


'지금 내가 딱 그 할머니 같잖아!'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작두콩차가 끓는 사이

떠오른 그림책을 찾았습니다.


거실과 주방의 책꽂이에도

안방의 책 무더기에도

아이 방에도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어요.


포기할까 싶던 차에 거실,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

매트 가장자리의 책 무덤

제일 밑에 깔려있는 이 책을 발견했어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시골 작은 집에

책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할머니가 살았어요.



살던 곳이 점점 소란스러워지고

복잡해져서 이사를 결심한 할머니지만

이사한 곳에서는 할 일이 아주 많았어요.


봄에는 돌봐줄 일이 많은 손님이 찾아왔고요.

여름에는 과일 따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을에는 긴 장마가 시작되어 겨울까지 이어졌지요.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는

과연 언제쯤에야 책을 읽을 수 있으려나요?





할머니와 지금의 제 상황은 참 비슷해요.


저도 '책 읽기 좋아하는 아줌마'인데

할 일이 끊임없이 밀려와요.


지금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얼마가 걸리든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또 그 작가들이 추천한 작가의 책을

새롭게 찾아 읽어보고

마무리에 급급해하지 않고

담은 내용과 그것을 전달할 문장까지

정성을 들여 글을 쓰고 싶어요.


더불어 어깨는 결리고 발목은 뻐근하고

머리는 1/3쯤 멍해진 상태가 아니라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일과 후,

아이와의 몇 시간에 집중하고 싶고요.


그러나 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제 에너지는 해야 할 일(회사, 가사 등)에

이미 쓰인지라

하고 싶은 일(아이와 함께 하고 책 읽고 쓰는 일)은 뒤로 밀리거나 영혼이 반쯤 떠난 상태가 되죠.


그러나 할머니가

이사를 가도(일을 관두거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 할 일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시골에서는 한가롭게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오고 할 일이 생기고

날씨가 도와주지 않고요.


어쩌면 이런 것이

삶의 속성이 아닌가 생각해 보네요.


완벽한 순간(?)이 오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마음속에 품고

할 일을 해 나가면서 그 날을 꿈꾸는 것요.


책을 보면 할머니는

할 일을 하는 중에도 책을 손에 놓지 않아요.

늘 그녀의 곁에는 책이 있지요.


그렇다면 언젠가 좋은 때가 찾아왔을 때

곧장 읽고 싶었던 책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를 위해서 할머니처럼

읽고 싶은 책의 목록(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써 나가 볼까 싶어요.


'에이, 바쁜데 어차피 못할 텐데...'


하고 미루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종이에 차근차근 하나씩 쓸래요.


일단 이번 주말은요.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책 읽기

-매일 글쓰기 우선 모임 주제 쓰기

-아이와 동네 산책

-동네 뒷산에 사슴벌레 잡으러 가기

-특식 만들어 먹기/군것질 하기

-여름휴가 계획 슬금슬금 세워보기


이 정도가 되겠네요.


여러분께는

어떤 읽(하)고 싶은 책(일)이 있으신가요?

생각날 때 한 번 적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은 바빠 짬이 없더라도

늘 곁에 두어 보는 거죠.

때가 오면 꺼내어 하나씩 읽을(할) 수 있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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