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안녕하세요?
12월의 첫 금요일입니다.
올해도 이제 달력 한 장을 남겨두고 있네요.
어떤 한해, 숨 가쁘게 달려오셨을까요?
연말이 되었지만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있고 덕분에
이때쯤이면 '얼굴 보자.'라고 약속을 잡던
인연들과의 만남도
새해의 언젠가를 기약하게 되네요.
저도 절친한 대학 후배네 집에
아이와 1박으로 놀러 가려는 계획이 있는데...
어제저녁 내내 울리던 재난문자를 보니
내년의 언젠가로 날을 다시 잡아야 할까 고민스럽습니다.
올해는 그 언젠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금에 이르렀네요.
이 바이러스에 일상을 잡아먹히며
잡았던 계획이 취소되고
자꾸만 다음으로 연기되는 일이
올 한 해의 일상이었습니다.
언제나 크고 작은 기다림으로
삶은 채워져 왔지만
올해의 기다림은
조금 더 특별하고 간절하지 않았나
그런 느낌이 들었네요.
당연하게 하던 일들이
특별하고 어려운 일들이 되었으니까요..
삶 자체가 작고 다양한 기다림임을
간명하지만 울림 있는 글과
심플하면서도 감동적인 그림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제가 해 오던 그림책 모임의 두 번째 날,
모임 멤버이자 좋아하는 이웃님이
읽어주셨고요.
제게 선물로도 주신 그림책인데요.
오래전
<신사의 품격>에도 등장해
인기 많은 그림책이기도 하지요.
함께 읽어볼게요.
나는 기다립니다.
어서 키가 크기를
잠들기 전 나에게 어서 뽀뽀해 주기를
케이크가 다 구워지기를
비가 그치기를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소소한 바람들이 이뤄지길 기다리며
아이는 커 갑니다.
그 아이가 기다리는 것들이
바로 아이의 사랑, 사람, 삶이 되지요.
간명한데 감동을 주는 문장들,
특히 빨간 실로 이어지는 삶의 모습이
여운과 감동을 줍니다.
올해 많은 분들이
코로나 이후에 할 것들을 기다리며
한해를 불투명하고 답답한 감정과 함께
보내셨을 것 같아요.
저도 그중 한 명이고
수많은 바람을 '코로나가 끝이 나면'
이라는 조건 후로 미뤄두었습니다.
언젠가라는 말이 달린 것들은
나를 설레고 기쁘게 해 주지만
지금 바로 나의 삶의 일부는 될 수 없지요.
그것이 현실이 될 날이 오기까지는요.
인생이란 특별한 이벤트뿐만 아니라
소소한 바람과 기다림, 그것을 맞는 일인데요.
그래서 오늘 기다려봅니다.
언젠가 여행을 갈 수 있기 전에
조금 더 가깝게 바로 맞을 수 있는 바람을.
새벽과 아침이 만나는 순간의 아름다운 하늘을
첫 지하철이 지나가는 걸 볼 때
아이처럼 운이 좋았다 느끼는 순간을
고요한 새벽,
혼자 써 내려간 글을 발행할 때의 충만감을
그 사이 아이가 깨어나
"엄마" 하고 저를 찾을 때의 목소리를.
밥이 익어가며 밥솥이 내는 소리와 냄새를.
그 모든 것을
코로나가 끝나면.이라는 전제를 달지 않아도
당장 누릴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다리고 맞이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은
바이러스로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기쁨과 감사를 확인하며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가온 주말도
그렇게 소소한 바람과
기쁨으로 채우시길 바라며
주말 잘 보내세요!
내 이름은 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