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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이름은빨강 Dec 20. 2020

쫑파티

남편의 부재를 함께 한 지난 5년을 돌아보며

지난 금요일 저녁, 친정 가족들과 파티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고민했지만 남편이 떠나 있는 동안 그의 빈자리를 대신해 지난 5년의 시간을 함께  가족들과  '그간 모두 함께 수고하셨다.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싶었다. 아이와 나는 부모님과 여동생 특히 엄마에게 무엇으로도 갚지 못할 감사한 빚을 졌다. 남편과 함께라면 그의 환영이 주가  것이었기에  자리는  따로 마련해야 할 어떤 필수적이고 중요한 의미였다.



'파티' 하자고 이야기를 하자 아이는 스케치북을 잘라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에게 초대장을 만들었다. 요즘 빠져있는 스타워즈 저항군 비행기도 그려 넣고 뾰족한 파티 모자도 곁들이고 날짜와 '초대해'라는 글자도 썼다. 칸이 모자라 순서 뒤죽박죽 해놓았지만 스스로는 마음에  눈치였다. 제일 마음에 드는  할아버지, 그다음 할머니, 이모 순으로 정해놓고 이름을 썼다. 카드는 다음날 할머니 오셨을  전해줬다.



파티에 케이크가 빠질  없다는 아이의 소망대로 펭수 케이크를 미리 주문하고 자연드림에 들러 넉넉히 구이용 소고기도 사놓았다. 칼퇴를 하고 케이크를 찾아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미리 밥과 , 반찬을  준비해 두셔서 고기만 구워 냈다. 모여서 천천히 밥을 씹고 고기를 버섯과 양파, 쌈장과 함께 쌈으로 싸서  한가득 넣어 먹었다. 밥만 먹거나 고기만 먹는 아이에게 같이 먹어보라고 모두가 가끔 참견하면서 침묵과 대화를 반복했다.



종종 이런 저녁이 있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5년은 조금 특별했다. 결혼과 동시에 나의 원가족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출산과 함께 다시 엄마와 더욱 끈끈한 관계로 이어졌다. 실은 엄마가  시간을 두려워했음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남편마저 없었던 지난 5년은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어린 시절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재경험하면서 나의 내면 아이와  시절의 엄마를 이해하는 문을 열어준 시간이었다.

 안에는 아빠와 동생도 있었지만 그들을  이해하기 전에 깊게 마주해야 할 상대는 역시 엄마였다. 아직 문제는 그대로고 우리도 여전하지만 이젠 화해와 변화가 가능하다는  얼마  깨달을 일이 있었다. 그날 아침에  안에 들어온 것이 나를 어떻게 바꿀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것을 이미 충분히 받아왔다는  비로소 납득할  있었다. 오랜 목마름은 그렇게 채워졌다.

천천히 밥을 먹고 아이가 고대하던 펭수가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에디션이라 예전에 매장에서  것보다 크기가 작다는데 약간 실망한  같았지만 이내 펭수의 얼굴 부분을  떼내어 맛나게 먹었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 가끔 먹었던 버터 케이크를 각자의 접시에 덜어 나눠먹고 있으니 예전의 기억들도 하나둘 떠올랐다. 정말 많이 멀리   같지만 사실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지금 여기에 모여있었다.

어떤 부모가 되고 가족을 만들고 싶은가? 수없이 고민한 지난 5, 여전히  모르겠고 생각한 데로 되어주지도 않는다.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며 나와 아이를 챙겨 온 엄마와 아빠, 동생과 (어떤 의미로는) 마지막 저녁을 하면서, 이렇게 함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가족이 아닌가 했다. 갖은 실수와 민낯을 보이며 살아온 세월, 죽는 날까지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있지만 어떠랴. 함께라 참으로 복 받았다. 감사를 전했던 우리의 5 쫑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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