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분면의 삶 1
어제 아침, 아이의 수저를 챙길 때였다. 딴생각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수저를 넣고 있는데 젓가락 하나가 자꾸만 밖으로 삐져나왔다. 수저 주머니의 지퍼를 대충 다 채운 상태에서 젓가락을 다시 밀어 넣었는데 들어가지 않았다. 어디에 걸린 걸까 하며 열어보니 남편 젓가락이 들어가 있었다. 한 짝을 다시 찾아 주머니를 다시 잠그고 가방에 넣은 뒤 아이와 학교에 다녀왔다.
청소며 설거지를 가득 미뤄두고 놀다가 <미나리>를 보러 나갔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방과 후 수업 마치고 나온 아이를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맞았다. 요리 수업에서 피자밥을 만들었다며 들고 나와서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학교 앞 벤치에서 먹고 가겠다는 아이에게 숟가락이 없으니 집에 가서 먹자 했더니
"여기 있잖아!" 하며 수저통에서 숟가락을 꺼내 들었다.
이미 사용한 수저에 물을 묻혀 티슈로 닦아주니 제가 만든 피자밥을 꺼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아이를 기다리며 책을 읽거나 동시를 필사하는 자리에서 함께 앉아 새소리도 듣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듣는데 자꾸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끔 물통을 건네 물을 한 모금 마시게 하고 신이 나서 조잘거리는 아이의 입가에 묻은 토마토소스를 닦아 주었다. 그리고 손을 잡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았다. 조금 열어둔 욕실 문 너머로 아이가 물놀이를 하는 사이, 잠시 나와 가방에서 씻을 것들을 꺼냈다. 수저 주머니를 펼치니 숟가락 하나, 젓가락 하나가 나왔다.
"어? 한 짝이 어디 갔지?"
가방을 뒤지다가 아까 벤치에서 수저주머니를 꺼냈던 기억이 났다.
유치원에서 한 번도 흘리고 오지 않았던 젓가락. 스테인리스라 평생을 써도 좋을 만큼 튼튼하고 씻을 때마다 새 것 같던 그 젓가락이 어딘가 덩그마니 홀로 떨어져 놓여있을 생각을 하니 아깝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묘한 기분도 들었다. 아침에 남편의 젓가락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 마치 그 젓가락을 잃어버릴 거라는 복선 아니었을까?
어디까지나 우연이거나 그저 작은 실수의 결과일 뿐인 일이겠지만 아침의 일과 젓가락을 잃어버린 사건을 떠올리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처음과 끝이 젓가락 한 짝으로 대칭을 이루는 사건이라니! 감탄했다. 하긴 젓가락을 잃어버린 일이 약간의 불편함과 아쉬움 말고 크게 의미를 주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어제도 오늘도 기승전결에 따라 이야기가 어떠한 귀결을 향해 흐르거나 결말에 이르러서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복선도 없이 비슷하고 반복적인 하루가 시작되고 끝난다. 이런 매일을 살면서 잠깐이라도 실제감을 느끼고 싶어서 삶의 일부분을 잘라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이야기로 바꾸어 내고 싶은 건 아닐까? 한 짝 남은 젓가락을 씻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