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분면의 삶 2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 3주째에 접어들었다. 유치원 등원 시간보다 10여분 더 늦게 집을 나서는데도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난 데로 늦게 일어나면 늦게 일어난 데로 아침은 늘 일분일초에 쫓긴다. 어제, 오늘 이번 주는 지각을 갱신 중이시다.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야 대충이라도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등교시간에 맞출 수 있다. 또래가 대부분 그렇겠지만 아이는 밥 먹다가 책 펼치고, 내가 과일 가지러 일어서면 따라와 또 다른 데 정신을 파는지라 ' 얼른 준비하자.'는 소리를 앵무새처럼 무한반복한다.
혼자서 가고 싶다는 말을 입학식 때부터 하더니 막상 방과 후 혹시나 엄마가 교문 앞에 안 보여도 긴장하지 말고 운동장에서 놀면서 기다리라는 말을 하면 고개를 흔들며
"아니야. 엄마, 꼭 나와 있어야 해."라고 당부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매일 아침 교장 선생님이 교문 입구에 마중을 나와 등교하는 아이들과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고 인사를 나눈다. 처음엔 새 학기 개학이라 정치인들 선거 유세 시간 반짝하듯 보여주기 식의 환영인사를 하시는 줄 알았는데 연중무휴라고 한다.
실제 어떤 교사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한 자리에서 검은색의 패딩 코트나 수수한 방한 점퍼를 입고 아이들에게 허리를 숙여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반겨주는 교장 선생님이 계신 학교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 손 모아 배꼽인사를 하자마자 래퍼들 같이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반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나무와 벚나무가 사이좋게 늘어선 사잇길을 따라 아이는 냅다 뛰는 날도 걷는 날도 있다. 나도 울타리 쳐진 학교 담을 따라 바삐 걸음을 옮긴다.
자동차가 출입할 수 있는 측면 문 쪽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르면 정문을 통과한 아이가 본관을 지나 후관 쪽으로 나온다. 거기가 우리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는 장소다. 오늘은 꽤 늦어서 그런지 한산한 후관 마당을 무거운 가방을 멘 아이가 느릿느릿 걸어온다.
분침이 아홉 시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얼른 들어가라는 눈빛을 강렬하게 쏘아 보낸다. 들리지도 않는 무언가를 아이가 외친다. 손목의 시간을 가리키며 나도 외친다. 주먹을 꼭 쥐고 올렸다 내리더니 현관으로 쏙 들어갔다. 파이팅하라는 건가? 너야 말로 오늘 하루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