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초코에게
너에게 처음 쓰는 편지구나.
너를 처음 만났을 때도, 5년 전 이즈음이었을까?
만발했던 장미꽃이 향기를 잃고, 푸른잎으로 무성해지고 가던 그때, 투벅투벅 퇴근길에, 데구르르 노란 솜뭉치로 내 앞으로 굴러온 너. 내 인생에 고양이 처음인 듯, 생소했던 너.
나는 낯설음에 서둘러 지나쳤지. 넌 그냥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알 수 없는' 고양이였을 뿐...
그렇지만, 나를 집사로 선택한 너는 퇴근길마다 내 앞에 데구르르 구르기를 여러 번...
나는 언젠가부터 아파트에 들어서면서부터 너를 찾기 시작했고, 네 앞에 앉아서 한참이나 낯선 '고양이'란 존재에 대해 관찰하기 시작했지.
너는 작은 나무 아래 둥그렇게 몸을 말고 자면서도, 출근길에는 야옹하며 배웅해 주었고, 퇴근길에는 작은 화단 위에 앉아 야옹하며 반겨주었지. 나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집사로서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던 거야.
무섭게 뜨겁던 여름이 저물어갈 즈음이었을까?
그 날 밤은 너무나 슬프고 슬퍼서 내 발자국마다 푸른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여름밤이었어. 늦은 퇴근길에도 너는 항상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고 있더구나.
얼마나 반갑던지...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네 앞에서 한참이나 앉아 있었지. 너와 나는 소리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단다. 그때였을 거야.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었던 순간이...
풀잎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고양이의 부드러운 곡선 위로
고요한 침묵이 뚝뚝 떨어진다
그 침묵이
하 아름다워
조용히 다가앉는다
물밀듯 스며드는
부드러운 고요 속
작은 눈맞춤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왔어.
네가 머물던 작은 화단 위 집을, 다른 고양이에게 빼앗기고, 너보다도 작은 어린 고양이에게 쫓겨 다니며 얼어붙곤 하던 너를 보면서,
"때가 됐어. 나비(처음 이름)야.이제 우리 집에 가자!"
그렇게 너와 나는 가족이 되었단다.
네가 앉는 자리마다 꽃이 피고 향기가 묻어나더구나.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생명체의 아름다움이라니...
창밖을 말없이 바라보는 너의 뒷모습에 머물던 평화는 내 마음의 기도가 되고, 한없이 순하고 순해서 내 마음도 맑아질 듯한 너의 눈동자에 감탄하다보니 내 마음속 서늘한 구멍들이 어느 새 따뜻해지기 시작했단다.
너는 나의 완벽한 심리치료사 선생님... ^^
너는 언젠가의 동물원 속 어린 사자였다가, 새끼 호랑이였다가, 작은 여우였다가, 세상 속 사랑이 되어 나에게 모든 생명들의 존귀함에 대해 알려주었단다.
사랑한다. 나의 작은고양이 초코야.
언제나 건강하게, 이렇게 엄마랑 30년만 살자... 이렇게 2018년 6월 14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