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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기를 대하는 인간의 품격,
동물복지로 응답하라

- 고기로 태어나서 / 한승태  저, 시대의 창 - 을 읽고


정육점의 고기처럼 갈고리에 거꾸로 늘어져 있는 책제목을 대하는 순간, 고기로 불리우는 존재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화들짝 펴들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맛있고 힘이 되는 고기로만 불리우는 닭, 돼지, 그리고 개의 짧디 짧은 고통스런 삶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을 쓴 한승태 작가는 전작으로 <인간의 조건-대한민국 워킹 퓨어 잔혹사>가 있으며, 이번에는 직접 양계장, 양돈장, 개농장에 취업해서 보고 겪은 '보다 맛있고, 부드러운 고기'가 되기 위해 그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가감없이 기록하여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극도의 권리는 극도의 불의다'


도 쉴 수 없는 좁은 케이지에 갇혀 서로를 공격하는 닭들

내가 그곳에서 본 동물을 닭이라고 부르려면 과감한 상상력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동물에겐 깃털이란게 거의 달려있지 않았다. 17 p. 

사람들의 이윤에 목숨이 걸려 있는 대량 양계장의 닭들은 생명의 날개짓 한번 여유롭게 해 볼 새도 없이, 동료 닭들에게 쪼이고 사람들의 거센 손아귀에 꺽이면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양돈장에서는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새끼때 마취도 없이 송곳니를 자르고 꼬리를 자른다. 모돈은 일 년 내내  스툴에 갇혀 누운 채로 새끼만 낳다가, 죽어서는 소시지로 사람들의 식탁에 오른다. 모돈의 생애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시간은 1년에 4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스툴안의 모돈은 동사가 필요없는 삶을 산다. 스툴이 허용하는 폭 안에선 '뒤돌아보다'라는 말도 필요없다. 모돈이 취할 수 있는 자세는 일어서거나 눕는 것뿐이다. 208.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뜬장에 갇혀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쓰레기들만 먹다가 잔인하게 도살되는 개농장의 개들.


저자는 고기로 불리우는 그들의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보다는 열악한 시설에서의  노동자의 시선으로 덤덤하게 기록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고통을 온 몸으로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독자들은 고기이기 이전에 고통을 느끼는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소리없는 비명소리'에 귀가 먹먹해 지며, 묻게 될 것이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무소불위한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작가는 온 몸이 해체된 고기로서만 존재하는 그들에게도 첫 생명의 숨이 있었고, 서로간의 관계가 있었고, 생명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고기로 우리 식탁위로 올려지기까지 그들이 겪어야 하는 끝없는 폭력의 순간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알게 되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니...'

생명에서 고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략된 그들의 목소리를 이제는 찾아주어야 한다. 인간의 품격으로서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내어준 그들에게 '고기로서만'이 아닌 고통과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생명체로서의 삶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책은 왜 지구가 날로 피폐해져 가고 있는지, 사람들은 왜 자꾸 탐욕과 화로 가득해져가는지, 보다 공정한 생명체간의 공존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다. 

작가는 구구절절 동물복지를 말하지 않고도, 왜 이 시대에 동물복지가 필요한지 절실하게 알려 주었다. 

동물복지가 인간복지로 가는 길이다. 


2018년 9월 30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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