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믿음
: 꾸밈과 요령보다 곧음과 성실을 앞세우는 성품
: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습관
: 화려하진 않지만 끝까지 가는 마음
사람의 됨됨이를 표현하는 말 중에
‘우직하다’만큼 촌스러운 말이 또 있을까?
말센스, 민첩함, 네트워킹이 능력처럼 소비되는 시대에
우직함은 둔하고 오래 걸리는 방식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이보다 더 단단하고 믿음직한 말도 없을 것이다.
끝까지 맡은 바를 마치고, 약속을 지키고,
말보다 손을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 덕분에 하루가 굴러간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떠올릴 때 우직하다고 말한다.
우직함은 화려한 장면보다 반복되는 장면에 있다.
회의가 끝나면 의자를 제자리로 밀어 넣고,
마감 직전 마지막 문장을 한 번 더 읽고,
약속 시간엔 5분 먼저 도착해 숨을 고르는 태도.
페트병의 라벨을 떼고,
종량제봉투는 매듭을 단단히 지어
길가를 어지럽히지 않게 두는 마음.
신호등 앞에서는 빈 도로라도 발을 멈추고,
보행자가 서 있으면 먼저 길을 내주는 선택.
서두르고 싶을수록 규칙을 더 또렷이 지키는 태도.
티 나지 않지만 이런 우직한 장면들이
하루의 질서를 세우고,
결국은 나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만든다.
잘 보이려는 재치 대신, 믿음직한 성실을 택하는 마음.
이런 반복이 주변을 안심하게 만든다.
우직함은 ‘고집’과 닮았지만 다르다.
고집은 내 말이 맞다에서 멈추고,
우직함은 내 몫을 끝내자로 나아간다.
귀를 닫지 않되 방향을 함부로 바꾸지 않고,
속도를 늦추되 끝맺음을 흐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직한 사람 곁에서는
조금 늦어도 대충이 없으리라는 안심이 생긴다.
세상은 종종 속도를 칭찬하지만,
속도만으로는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우직함을 가볍게 여긴 날들이 있었다.
‘요령 있게 하라’는 말 뒤에 숨어
조금씩 덜 책임지고 덜 끝내는 나를 합리화했었다.
하지만 삶은 결국 마감과 약속으로 이루어지고,
관계는 결국 지켜 준 약속과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촌스럽다 여겼던 우직함이 사실은
다정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우직함은 쉽지 않다.
큰 결심보다 어려운 건 작은 습관을 지키는 일.
그래서 오늘의 우직함은 아주 구체적이면 좋다.
메일을 보낼 때 파일명을 정확히 붙이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나누고,
미안해야 할 때는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멋진 한 방이 아니라 한 칸씩 채우는 법으로.
이 말이 촌스러워 보여도 괜찮다.
우리가 정말 의지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대부분 화려하진 않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요령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우직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편안함이 쌓이면 신뢰가 되고,
신뢰는 결국 다정을 지탱한다.
오늘, 작은 약속 하나를 정해 보자.
5분 일찍 도착하기,
끝낸다고 한 일을 정말 끝내기,
책임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기기.
촘촘한 하루보다,
흐트러지지 않게 마친 하루가 더 단단하다.
그렇게 하루에 한 칸씩 쌓아 올리면
겉의 화려함은 줄어도 속의 힘은 커진다.
세상은 재치와 센스를 칭찬하지만
마음은 결국 우직한 사람에게 기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속도를 조금 늦추고,
끝을 단단히 묶는 편을 선택한다.
언젠가 누군가 나를 떠올리며
조용히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그 사람, 참 우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