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오피스 스캔들(1)

회식의 잔상

by 봄앤

계약직 1년을 채우고, 예정대로 1년이 연장되었다.
일도 손에 익었고, 주 5일의 리듬에 완전히 적응했다.

다섯 날을 버티고 불금을 달린 뒤, 주말은 온전히 나의 시간.

합창단 연습도 일상 속 작은 축제처럼 느껴졌다.

진심으로 직장인의 삶을, 예찬했다.


월요일 아침.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키보드를 두드릴 때 메신저가 울렸다.

인사팀 주관 회식. “신입 두 분 필참.”
인사팀이 부르면, 가는 게 예의라고 배웠다.



그날 자리에는 실장부터 사원까지 인사팀 모두, 우리 쪽은 남자 선배 둘과 동기, 그리고 나.

초반의 공기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던 공기와 비슷했다. 서먹하지만, 묻는 말은 건설적이었다.

계약직의 고충을 묻고, “고생 많다”는 격려가 이어졌다.

말단 계약직까지 이렇게 챙기는구나 싶어 놀랍고 감사했다.


술이 한 바퀴 돌자 말들이 가벼워졌다.

실장: “김 사원, 연강대 석사죠? 상도동에 살고.”
: “어떻게 아셨어요?”
실장(미소): “오늘 인사 정보 확인했습니다. 저 인사팀 실장입니다.”
대리(웃으며): “김사원, 실장님도 연강대에요. 동문. 실장님, 김사원이 후배니까 잘 좀 부탁드립니다.”

실장: “당연하죠. 동문인데, 제가 잘 챙겨야죠.”
대리: “우리 회사 미녀 3총사 소문, 실장님도 아시죠?”

실장: “그럼요. 김사원과 박사원 그리고 오늘 참석 못한 오지원까지- 남자직원들 사이에서 얘기가 많습니다.”

대리: “그렇죠? 주변에서 이것저것 물어봐서 제가 진짜 피곤하다니까요.”

: “저는... 처음 듣는 얘긴데요…”

실장: “그중에서 김 사원이 제 스타일입니다. 하하. 동문회 한 번 같이 가요. 사람들 소개할게요. 아, 그 얘기는 다음에 밥 먹으면서 하죠.”

(속으로) ‘제 스타일’이라니. 농담치고는 너무 과한 거 아냐...

일그러지는 표정이 보이지 않도록 더 크게 웃고, 더 과장되게 행동했다.




2차 끝, 3차 시작. 자리가 바뀌었고, 실장이 내 옆으로 왔다.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다.

실장: “회사에선 실장-사원이지요. 회사 밖에선 선배-후배고요. 밖에서부터 친해져도 규정 위반은 아닙니다.”
: “……(잔에 시선을 고정하고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실장(휴대폰 내밀며): “번호 저장했습니다. 제 번호도 저장하시죠. 이름 앞 하트는 농담이고요. 하하.”

: “하하하. 하트라니요… 실장님도 참…“

실장: “오늘 늦었는데 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상도동—가까워요.”
: “아니요, 실장님. 그러면 민폐죠. 택시 타면 금방 갑니다.”

실장(낮은 톤): “회사생활 힘들면 인사팀이 도울 수 있는 것도 있어요. 뭐든 편하게 말해요. 저한테… 다음 주에 밥이나 술….”

(속으로) 힘들면 말하라고? 밥을 따로 먹자고?

대리: “두 분 분위기가 잘 어울리세요. 김 사원, 남자친구 없습니다. 실장님”

: “아, 아니에요. 사실 요즘 썸을 타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장(미소):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갑니다.”

대화를 끊어내고 싶어 급히 꺼낸 카드가 ‘썸’이었다.
그런데도 톤은 바뀌지 않았다.


: “제가 부른 택시가 먼저 왔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났다.

드디어 끝났다.

내내 불편했던 실장님의 말, 그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선배들까지.

꽤 힘겨운 밤이었다.



일주일 후, 동기의 귀걸이와 목걸이가 반짝였다.

나: “예쁘다, 유나야.”
동기: “응, 예뻐서 샀어.”
나: “귀걸이도 세트네? 보통 이런 건….”
동기: “아니야. 그냥 예뻐서 샀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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