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과 사실의 간극
오늘도 블링블링.
멀리서 봐도 그녀는 그녀였다.
내 커피를 타며 함께 탄 믹스커피를 전해주려 그녀 자리로 갔다.
타자를 치는 손의 네 번째 손가락이 반짝였다.
나: “어? 못 보던 반지네? 그것도 네 번째 손가락?”
동기: “연수야, 나 남자친구 생겼어.”
나: “오—누군데?”
동기: “오 실장님.”
(짧은 정적)
나: “오실장…? 언제? 설마 그날?”
동기: “응. 늦었다고 바래다주셨고, 연락이 이어지다가… 그렇게 됐어.”
나: “아, 그랬구나. 축하해.”
그날 밤 내게 쏟아졌던 말들의 방향이, 나를 지나 그녀에게로 향해 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을 동기에게 굳이 전하지 않았다.
그 밤, 내가 예의를 다해 선을 그었던 선택이—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며칠 뒤, 옆 부서 과장이 조용히 불렀다.
과장: “내가 들은 얘기가 있는데… 혹시 오 실장이랑 사귄다는 말, 사실이야?”
나: “네? 아닙니다.”
과장: “봤다는 사람도 있던데.”
나: “아니에요. 과장님 정말로. 혹시 그런 얘기가 또 들리면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
과장: “청춘 남녀가 사귈 수도 있지. 다만 그 사람, 예전에 신입 스캔들 얘기가 좀 있었어. 확인된 건 아니고, 갑자기 퇴사한 경우도 있고…. 아무튼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조심해, 김 사원.”
연애의 주인공은 그녀였지만, 루머의 표적은 나였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입사 시기, 같은 회식 자리 —조각들이 엮여 화살표는 엉뚱한 곳을 가리켰다.
복도 끝에서 카톡 알림음이 연달아 울렸고, 누군가가 내 쪽을 힐끔 봤다.
소문이 잘못된 건 맞지만, 내가 떠벌릴 수는 없었다.
(속으로): ‘어렵게 입사했는데, 1년 만에 연애 스캔들로 내 이름이 떠다니다니….’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점심시간, 붐비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문이 열리자 임원 몇 분이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임원: ”저기 박유나 사원? “
(한 박자 쉬고)
나(또렷하게): “안녕하십니까, 상무님. 저는 김·연·수입니다. 박·유·나 사원은 이 친구입니다.”
(짧은 정적 뒤, 고개가 바로 끄덕여진다)
임원: “아,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왜 내 이름을 알 리 없는 분이 먼저 이름을 불렀는지 묻지 않았다. 나는 알 것 같았으니까.
‘휴, 다행이다. 진실은 어떻게든 제자리를 찾는구나.’
1층.
문이 열렸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나:“우리 오늘은 양 많이 주는 곳으로 가요.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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