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 평생학습도시 비전 선포식 및 군민참여 대토론회와 함께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제50차 연차대회가 정선군에서 개최되었다. 무더위가 조금씩 물러나는 가을 초입에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멋지고 웅장한 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첫날 정선군 행사를 무사히 잘 마치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이어진 한평연 연차대회는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한 행사였다. 굳이 비율로 따진다면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35 대 65 정도다.
좋았던 점 중에서 손꼽을 수 있는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 봤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결국 사람은 공간에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 점에서 이번 행사가 열린 정선군의 공간적 가치는 매우 크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기에 무척이나 좋은 장소였다. 부산에서 5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달려간 보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초록 속에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큰 행사인만큼 평소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새로운 분들도 만났다. 전국 각지에서 평생교육과 관련한 삶을 멋지게 개척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준다. 그들의 삶 속에 켜켜이 박혀있는 삶의 가치를 듣고 나면 나의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함께 나눴던 양평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박태원 이사장님, 친구의 친구인 사회적 협동조합 와룡의 김종수 이사님, 절친의 지인인 다올공동체센터 오현정 대표님, 평생교육사로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공주시청 이명진 평생교육사님... 그 외 처음 뵈었던 모든 분들과의 첫 인연이 참 따뜻하다.
양평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박태원 이사장님 기조강연 '연결과 사람들 그리고 지역공동체 평생학습'은 평생학습의 사회적 가치와 위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삶터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알려주었고,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 문종석 정책이사님의 주제발표 ' 문해교육과 평생교육'은 평생교육의 존재이유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했으며, 한국평생교육사협회 이재주 회장님의 주제발표 '평생교육자와 평생교육'은 평생교육사의 역할과 처우에 대한 고민을 더 키우게 해 줬다. 청소년 평생학습진흥원 강예은 원장님의 주제발표 '청소년·청년과 평생교육'은 청소년 및 청년의 관점을 배울 수 있었고, 다올공동체센터 오현정 대표님의 주제발표 '마을활동가와 평생교육'은 마을에서 평생교육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발표가 나에게 큰 감동과 인사이트를 줬다.
좋았던 점에 비해 아쉬웠던 점이 좀더 크게 다가왔던 이번 연차대회에서 대표적으로 아쉬웠던 점 또한 세 가지로 정리해 봤다.
정선군은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행사장이었지만, 지리적으로 너무나 멀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지역 행사로서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겠지만, 한평연 연차대회는 전국 각지의 평생교육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나라 평생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함에도 지리적인 한계로 인해 참여자가 적었다는 것은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연차대회가 이틀의 행사로 진행되었지만, 실질적인 행사는 첫날 저녁과 다음날 오전뿐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회포를 풀기에도, 새로운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인연을 맺기에도 모든 게 부족한 시간이었다. 첫날 저녁 네트워킹 시간은 레크리에이션으로 진행되어 즐거움은 있었으나,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내기 부족했고, 공식적인 행사 이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나 이 또한 공식적인 행사의 연장으로 이어져 다소 아쉬웠다. 둘째 날 오전 기조강연과 주제발표에 이은 주제별 토론은 시간에 쫓겨 깊이를 더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먼 길을 달려온 것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와 지적 네트워크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번 연차대회 주제가 '연결과 사람들, 그리고 지역공동체 평생학습'이다. '연결', '사람', '지역공동체' 평생학습에서 버릴 게 없는 의미 있는 단어다. 기조강연과 주제발표를 통해 이 단어들의 의미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한평연은 이 단어들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주제이지만, 한평연은 이번 연차대회에서 이 주제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즉, 한평연은 이 주제로 우리나라 평생교육계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가? 였다. 지역의 한 기관 및 단체 수준에서는 매우 유용한 행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생교육계의 가장 큰 단체이자 울타리인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가 지역적으로 외진 곳에서 일부의 참여자들과 시간에 쫓겨가며 기존의 고민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정도의 논의로 끝내는 행사를 이렇게 했어야만 했나? 이번 행사의 목적을 찾기 어려웠다. 작년 8월에 한평연의 주체로 참여했던 '일본 사회교육연구전국집회'는 10여 년에 참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하루종일 치열하게 토론했다. 그렇게 해도 부족함이 느껴져 스스로 공부하게 만들었다. 참가했던 우리나라 참가단 모두 그런 토론의 모습을 무척이나 부러웠다. 한평연에 기대하는 것이 이런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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