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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공작소 Apr 07. 2024

구성은 작가님의 '어른의 평생공부 습관'을 읽고

평생교육사의 평생교육사에 의한 평생교육사를 위한  책

지난 3월 중순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몇 해 전에 전주시 평생학습관에 강의하러 갔다가 뵈었던 구성은 관장님이었다. 강의 때 인사 나누고 함께 식사했던 짧은 만남이었지만, 시의원 출신의 평생학습관 관장이라는 독특한(?) 이력과 말씀 속에 담긴 날카로운 시선들이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전화 넘어 반가운 목소리 톤의 짧은 인사와 함께 책을 보내주시겠다 해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인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연락 주시고 직접 쓰신 책을 보내주신다니 고마운 마음과 함께 어떤 책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책 제목은 '어른의 평생공부 습관'

평생교육 현장의 이야기가 담긴 대중적인 책이 거의 없는데, 제목에서부터 평생교육의 향이 물씬 풍겨 반가웠다. Prologue 제목은 '어쩌다 평생교육사'다. 더 반갑고 기뻤다. 평생교육사라는 직과 업으로 살아온 세월이 20년인데 여전히 우리 평생교육사는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처럼 타인의 삶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한국평생교육사협회 회장직을 3년간 맡으면서 '평생교육사' 이 다섯 글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던가...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평생공부, 전주공부

제2장 일상공부

제3장 공부의 기쁨

제4장 공부의 흔적

제5장 책장 너머 공부의 풍경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굴곡진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삶의 무게가 짓누를 때 저자는 공부와 독서로 이겨내고 있음을 담담하면서 진솔한 어조로 전달하고 있다. 화려한 글발이나 스펙터클(spectacle)한 인생 역경과 성공 스토리보다 더 묵직한 메시지로 나에게 다가왔다. 물론 저자 또한 시의원 실패의 경험을 세상을 잃은 것과 같다는 등 평범한 삶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으나 영웅담이 아닌 삶의 치열함으로 느껴졌다.


공부해라. 독서해라. 글을 써라. 실천해라.


자기 계발 책들이 주입하듯 던지는 상투적인 메시지만 저자의 삶이 말이 아닌 행함에 있기에 그 무게감은 비할 것이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공부해야지, 책을 읽고 글을 써야지. 생각한 것은 바로 실천해야지 하며 마음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매일 만보 걷기, 매주 책 읽기와 토론, 틈틈이 글쓰기, 일상을 잘 관찰하기, 블로그 및 유튜브 활동 등 저자의 생활은 꾸준함과 배움에 대한 열정, 도전, 성찰 그리고 선한 영향력(이것은 저자의 의도라기보다 저자의 진정성 있는 삶에서 풍기는 향기와 같은 것임)으로 귀결된다. 이제 막 50대를 살아가려는 나에게 좋은 본보기다. 평소 나의 고민과 생각의 방향과 여러모로 많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꾸준함이 부족해 양과 질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다시 두 주먹 불끈 쥐고 분발해야겠다.


평생학습은 동사라고 한 저자의 말에 매우 공감했다. 우리는 정해놓은 콘텐츠를 배우는 틀에 박힌 평생학습을 하는 것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배움의 길을 치열하게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배우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평생학습이다.


배움 없는 실천은 무모하고, 실천 없는 배움은 공허하다

칸트의 말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를 차용해서 강의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책의 메시지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나의 삶의 모토 '삶과 앎은 하나다'와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그렇다고 나를  저자와 같은 급에 놓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생각보다 게으르고 치열함이 부족하다.


저자는 Epilogue에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에 존재함'을 이야기하며 평생학습의 가치를 강조한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관심과 필요에 의해 평생학습을 시작하지만 인생을 바꾸고 삶의 의미를 갖게 되며,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그 일을 기획하는 평생교육사들이 있기 때문임을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평생교육사로서 참 고마운 맺음이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평생교육사들의 삶을 보면서 척박함 속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낀다. 저자와 같이 그들의 삶이 세상밖으로 나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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