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집을 짓기로 결정하고 나서 세 곳의 건축사사무소, 한 곳의 하우징 업체와 건축상담을 했다. 많은 곳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각각의 상담에서 모두 작게나마 얻은 것이 있었다. 그중에 하우징 업체와의 상담 과정에서 얻은 것은 마당의 중요성이다.
하우징 업체의 대표는 젊은 시절 아파트에 살았지만, 십여 년 전부터 직접 지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모두 체험해 보았기에 새겨들을 이야기가 꽤 많았다.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의외로 마당이었다. 요즘은 관리 상의 어려움 때문에 마당을 가능한 작게 만들거나, 타일이나 데크로 덮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우징 업체 대표의 말은 달랐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가장 다른 요소 중 하나는 마당이라고 강조했다. 마당이 아파트에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식물을 심거나 텃밭을 만들 수 있고, 캠핑을 할 수도 있다. 아이가 있다면 여름에 간이식 수영장을 설치하는 등 여러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마당 공간이 너무 작다면 집이 답답하고 어둡게 보일 수 있다. 마당이라는 단독주택의 여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백은 일견 필요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미적으로는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에 꼭 필요하다.
마당은 단독주택의 여백
건축주인 나, 아내, 그리고 고양이 중에 마당을 가장 기대한 것은 아내였다. 아파트에서도 화분 백여 개를 키울 정도의 식집사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갖는 것은 아내의 오랜 바람 중 하나였다. 여기에 더해 작은 텃밭을 하나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였다.
교외에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보통 백 평 이상의 넓은 땅에 집을 짓는다. 도심지에 비해 비교적 땅값이 싸기 때문이다. 넓은 마당과 텃밭을 조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집은 LH가 도심지에 조성한 작은 단독주택용지이다. LH는 보통 50~80평 내외로 토지를 나눠서 판매하는데, 우리 땅은 67평으로 중간 정도의 크기이다.
우리 땅 근처에 LH로부터 이어진 두 필지의 땅을 사서 하나의 집을 지으신 분도 있다. 이렇게 하면 교외처럼 백 평이 넘기에 넓은 마당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좋은 방법이고 한없이 부럽지만, 현실적으로 내 주머니 사정 상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결국, 설계 단계에서 가능한 크게 마당을 만들고 지키는 것. 이것이 아내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설계 단계에서 마당을 가능한 크게 만들자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의 일반적인 건폐율은 50%이다. 쉽게 말해 건물이 차지할 수 있는 땅이 절반이라는 의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건폐율을 최대한 채워서 집을 지어도 마당이 땅의 절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건폐율 이외에도 일조사선, 방화창 등 다양한 건축법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방화창 관련 규정이 아닐까 싶다. 인접대지경계선에서 1.5m 이내의 외벽은 방화창 설치 대상이다. 방화창은 일반 창호 대비 프레임이 두껍고 비용이 높다. 그래서, 많은 건축주들이 건물과 인접대지경계선 사이에 1.5m의 거리를 둔다. 아내도 방화창을 꺼려했는데, 비용보다는 미관 상의 문제로 방화창을 선호하지 않았다.
1.5m의 거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건물을 따라서 버려지는 1.5m의 공간은 생각보다 크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15m x 15m의 정사각형 땅이 있다고 가정하자.(도심의 단독주택부지에 많이 존재하는 68평의 땅이다.) 요즘 유행하는 중정 구조로 사면을 모두 건물로 둘러서 짓는다면, 81 제곱미터의 가장자리 땅이 버려진다. 무려 전체 땅의 36%에 해당한다.
건폐율 50%를 꽉 채워서 집을 짓는다고 하면, 남는 땅은 겨우 14%에 불과하다. 여기서 끝이면 좋겠지만, 건축법상 주차장도 지어야 한다. 주차장의 크기는 한 개소당 11.5 제곱미터로 예로 든 토지의 약 5%를 차지한다. 단독주택 지을 때는 건축 면적에 따라 보통 한 개에서 두 개의 주차장을 만들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차장은 인접대지경계선에 붙여서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여기까지만 고려해도 도시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마당이 대지 면적의 1/5을 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현실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작고 소중한 내 땅이 법의 제한으로 버려진다
한정된 땅에서 마당을 넓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건폐율을 낮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지의 작은 땅에는 대부분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로 채워서 집을 짓는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마당을 위해서 건폐율을 10% 정도 낮추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건물의 모양과 구조를 단순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중정 형태의 주택은 가장자리에 버려지는 땅이 너무 많다. 반면에 단순한 직사각형 모양의 집을 짓는다면 마당으로 쓸 수 있는 땅이 넓어질 것이다. 가장자리에 버려지는 땅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모양으로 집이 재미없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울 수 있다.
우리집은 마당을 넓히기 위해 일층을 대지 동쪽에 접한 긴 직사각형으로 만들었다. 대신에 이층은 'ㄱ'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일층의 비어있는 공간 중에 이층으로 덮인 공간은 필로티 주차장으로 만들어서 활용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단순한 직사각형이 아니라서 밋밋해 보이지 않아서 좋고, 마당도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우리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우리가 얻은 마당은 남들이 보기에 그리 넓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땅이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심지의 비슷한 단독주택들보다 넓은 남서향의 마당을 얻게 된 점에 만족한다.
아내가 꿈꾸던 마당에서 아름다운 작은 정원이 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그 속에 예쁜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아내와 차를 즐기는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우리집 고양이 건축주도 아마 같은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