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우리는 때때로 가장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한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 영화, 소설, 시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을 해 봤을 법도 하다. 여기 비슷하지만 조금 특이한 질문이 하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지붕 모양이 어떻게 되세요?"
이 질문을 듣고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 곁의 아내는 아주 쉽게 대답했다.
"박공지붕이요!"
이 때는 몰랐다. 이 한마디가 설계하는 내내 나를 괴롭히게 될 줄은...
박공지붕은 두 면의 경사면이 마주 보며 꼭대기에서 만나 삼각형 모양의 마루, 즉 '박공(牔栱)'을 형성하는 지붕이다. 전 세계의 다양하고도 많은 주택에 쓰여서 어디를 가든지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지붕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형태일 정도로 익숙하다.
집짓기를 시작하기 전에 지붕에 대한 나의 생각은 심미적인 부분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었다. 너무 많은 자료를 찾아봐서인지 평지붕으로 인한 누수 사례를 많이 접했다. 평지붕도 '역전지붕'을 비롯해서 시공을 잘하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지붕 누수를 근본적으로 막을 쉬운 방법이 있었다. 평지붕 대신에 '경사지붕'을 쓰는 것이다.
건축사사무소와의 미팅에서 아내가 무조건 박공지붕을 외칠 때도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박공지붕도 경사지붕의 일부이기에 기능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집의 심미적인 부분은 아내를 전적으로 믿고 있기도 했다. 아내의 미적 감각이 나보다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아내의 요청에 맞춰 스케치업으로 이리저리 지붕을 고치며 예시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ㄱ'자 모양의 양끝을 모두 박공지붕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미팅은 종료되었다.
미팅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축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박공지붕 변경으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고 말이다. 이게 박공지붕과 연관되어 우리에게 닥친 첫 번째 시련이었다.
"아내방에서 복층 다락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놓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아내방은 복층 형태로 방과 다락이 이어진 구조이다. 침대를 복층 다락에 놓고 방을 넓게 쓰고 싶다는 아내의 요청으로 이런 형태가 만들어졌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다락을 오르는 계단의 끝은 다락의 가장 높은 곳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다락을 오를 때 불편하지 않아야 다락의 이용이 편해지기 때문이었다. 다락의 낮은 곳으로 연결돼서 허리를 숙이거나 바닥에 무릎을 대고 오르게 되면, 다락을 잘 오르지 않게 된다고 했다. 점차 죽은 공간이 되는 것이다.
편경사 지붕일 때는 방의 한쪽 끝에 일자 계단을 놓아서 다락의 가장 높은 곳과 연결할 수 있었다. 방의 공간도 많이 잡아먹지 않고, 깔끔하고 순조롭게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박공지붕이 되면서 계단을 일자로 놓을 수 없었다. 이리저리 계단을 틀어도 보고 휘어도 보고 하면서 고민하던 건축가가 답이 쉽게 나오지 않자 연락한 것이었다.
건축가가 우리에게 제시한 계단 선택지는 무려 다섯 가지나 되었다. 나는 박공지붕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했다. 차마, 아내에게 강권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아내의 생각과 의견을 바꿀만한 힘이 나에게는 없다. 아마 세상의 많은 남편들도 그렇겠지라고 그저 위안을 삼을 뿐이다.
아내는 절대 박공지붕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ㄱ'자로 휘어지는 계단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아내방에서 계단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졌다. 다락 쪽의 벽면에 있던 드레스룸의 문도 계단에 가려지게 되어서 방 밖으로 문의 위치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결코 박공지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아내방 다락과 관련된 문제는 일단락된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번째 시련이 남아있었다.
다락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곳이다. 쉽게 말해서 일상생활공간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용적률에서 제외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가 이런 곳에서 잠을 자려면 더위와 추위를 극복해야 했다.
다락은 법적으로 바닥 난방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추위를 피할 방법은 많다. 전기장판, 이동식 히터, 두꺼운 이불 등등 말이다. 근본적으로 다락과 아내방이 열린 형태이기에 공기는 따뜻하게 잘 데워질 터였다. 추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더위였다. 벽걸이 에어컨이라는 좋은 기기가 있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맞다. 에어컨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의외로 벽이었다. 아내방은 두 개의 박공지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서 에어컨을 걸만한 평평한 벽이 없었다. 정확히는 아주 조금 있기는 했는데, 에어컨을 걸만한 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찾아낸 것은 아내였다. 설계가 거의 끝나갈 때쯤 자신의 방과 다락에 시스템 에어컨을 놓을 평평한 천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축사사무소와 미팅에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했지만, 건축가도 좋은 해결책이 없었다.
에어컨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다. 작은 스탠드형 에어컨과 이동식 에어컨이 대안이었다. 안타깝게도 다락에 들어갈만한 높이의 스탠드형 에어컨은 없었다. 이동식 에어컨은 소음이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안 그래도 예민한 아내가 시끄러운 소음을 견디며 잠을 잘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결국 경사진 다락의 한쪽 끝에 가벽을 만들고 벽걸이 에어컨을 놓기로 했다. 권장사항인 1.5m의 절반 수준인 80cm 높이에 에어컨이 놓이기에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는 절대로 박공지붕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설계를 진행하는 6개월 동안 박공지붕으로 이런저런 문제를 겪었다. 아내방의 기능적인 면이 일부 훼손되었지만, 집의 외관은 아내의 의도대로 남을 수 있었다.
박공지붕이 대체 왜 좋은지 묻자 아내는 이렇게 답했다.
"따뜻해 보여서 좋아. 집이 착해 보이잖아."
아내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