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회사원 '아는언니'의 여덟 번째 딴짓일지
2019년 4월 3일 저의 생일에 인생 처음으로 살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살사를 배운지 약 1달이 되었을 때, 춤이란 인생과 오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오늘은 춤에서 배운 인생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첫 번째로 커플댄스를 추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그게 너무 신기하고 무섭기도 한편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됩니다. 춤을 배운 선생님들을 통해 느낀 바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남자 선생님과는 직접 춤을 추며 배우지만, 여자 선생님께는 춤을 대하는 자세와, 함께 춤출 살세로들을 대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배웠습니다. 먼저 제 인상에 깊이 남는 A라는 여자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어제 그녀가 바에서 춤을 출 때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맞기고 눈을 감고 춤을 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완벽하게 음악과 상대방과 하나가 된 거죠. 저는 그게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지난밤 이 선생님과 춤 밤찢(춤으로 밤을 찢다/지새우다)하고 새벽에 아침을 먹으면서 그녀가 이야기했습니다. “춤을 출 때 내 앞에 있는 이 사람만 사랑한다고 생각해. 힘을 빼고 상대방에게 모든 걸 맡긴다고... 그러면 음악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상대방에게 몰입하게 돼.” 그녀의 여성 리더십은 대단했습니다. 완벽한 여장부 스타일이라 남/녀 모두를 정말 장군처럼 리드했습니다. 여자들에게는 남자 친구가 주는 안정감을, 남자들에게는 큰누나 같은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 정말 너무나도 섹시해지는 것입니다.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타이트한 청스커트를 입고 춤추는 그녀의 모습은 여자인 저 조차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녀를 보면 저는 정말 마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글래머계의 대모, A 선생님을 보면서 저는 벌크업을 해서라도 아름다운 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함께 직접 춤을 추는 남자 선생님을 통해 느끼고 배운 바입니다. 우선 연애에서든 춤에서는 최고의 남자는 여자를 웃게 해 주는 남자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저에게 처음 춤의 황홀함을 느끼게 해 준 분은 B 선생님입니다. 수업을 세 번 했을까? 바에서 선생님과 춤을 추는데 평소에는 코카콜라의 백곰 같은 순둥이에서 정말 눈빛부터 리드하는 힘까지 상남자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그 순간만큼은 그에게 심쿵 빠졌습니다. 아마도 그때나 지금이나 바에서 제일 먼저 함께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그 선생님입니다. 저는 그때 함께 춘 음악이 나오면 아마 평생 이 선생님을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평범하고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내 삶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순간만은 다른 사람은 변신할 수 있는 열정과 끼가 있는 사람이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춤이 주는 에너지가 대단함을 느낍니다. 사실 한 달 동안 급격하게 춤을 췄더니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는 그야말로 힘없는 병아리 같이 있다가도 댄스 수업이 있는 날 퇴근 즈음이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솟는 기이한 현상을 체험했습니다. 그러던 지난주 정말 밤새 춤을 추고 탈이 나서 걷는데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가 정밀검진을 받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운동하면서 제가 약한 부분이 무릎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역시 무리가 되어 연골에 상처가 났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끙끙 앓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춤을 혹시나 못 추게 될까 봐 정말 마음 졸였던 것입니다. 외출을 삼가고 출퇴근 이동도 택시로 하고, 일주일을 몸을 사리고 다시 금요일 밤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아픈 것과 증상을 잘 아는 오래 춤을 춘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바에 와서 음악만 듣고 가라고. 그리고 춤은 추지 말라고... 저는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 제가 얼마나 추고 싶어 할지 상상이 되어 도저히 바 근처에는 갈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고민하던 저는 무언가 끌리듯 바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은 정말 음악을 듣고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선생님을 본 순간 딱 한곡만 추자라고 생각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비록 절대 춤을 추지 않겠다는 건 실행하지 못했지만 정말 절제해서 아주 살살 5곡 정도 추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픈 게 나았습니다. 정말 링거라도 맞은 것 마냥 신기하게 마음이 치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살짝 욱신거리는 무릎은 이대로라면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춤을 다시 출수 없을까 봐 걱정했던 마음이 “나을 수 있어, 이 아픔은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야.”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 오늘 아침도 살아있음에 다시 춤 출수 있음에 정말 행복합니다.
세 번째로 저는 춤을 통해 정신의 허기짐을 극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회사생활을 돌이켜보면 사람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피해의식이 제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질리고 마음을 닫게 되는데, 춤을 추면서 사람들에게 마음을 문을 다시 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춤이 저를 자유스럽게 표현하고 주변의 시선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나의 행복을 추구하듯, 사람 간의 관계도 그렇게 맺게끔 제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하죠. 제가 춤을 잘 추고 싶은 만큼,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 만큼,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솔직하고 성실하게 혼신의 힘을 다해 다가가고 있는 걸 느낍니다. 아마도 저에게 춤은 은총이자 종교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